본문 바로가기

폰텔로스_시라

3.5. 알

 

 

엠버 박사의 선물이었던 것일까. 트레이너 캠프의 일원들이 코르누 마을의 조사를 끝낸 뒤 옆 풍물마을로 가려고 할 때, 인솔자들에 의해 각자에게 알이 하나씩 주어졌다. 추후 알에서 포켓몬이 깨어나면 연구소로 보내는 결정도 자유였으나, 본래 첫 여행을 하는 트레이너들에게 있어서 '포켓몬의 알' 이란 것은 단순히 파트너와 합을 맞추고, 새 포켓몬을 들이고, 그 포켓몬을 돌보는 것과는 또다른 감상을 주기 마련이었다. 

 

그것은 레치나씨네의 시라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라, 제 품 안에 안기는 알을 엉겁결에 안았을때 보호자가 될 트레이너의 첫 반응은 '얼어붙음'이라 할 수 있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슬쩍 껴안아 보는 봉제인형의 푹신함과, 이따금 말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양배추의 말랑함과는 또다른 존재의 감각에 어쩔줄을 몰랐다. 그것이 그저 내키지 않으면 놓아둘 수 있는 물건도 아니요, 언제든지 훌쩍 자리를 피하는 생명도 아니요, 이 애매한 경계를 넘을때까지 전적으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존재라 더더욱 그러했다. 

 

- 어..어쩌지..?

 

이녀석은 앞으로 한동안 너와 네 포켓몬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단다. 라고 말하듯 덩그러니 놓인 알을 한참 마주하다가 겨우 내뱉은 첫번째 말이었다.

 

알이 그냥 알이지. 포켓몬들은 그저 한참 어리디 어린 것, 혹은 신기한 것이라 생각해서 겁없이 다가와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어떤 녀석은 즉석에서 이파리를 두툼하게 꿰매어 작은 포대기 비슷한 것을 만드는등 행동했으나..... 조금 안타깝게도 이 트레이너는 약간의 보살핌과 긴 방치를 겪은지라 그 상반된 기억이 엉켜버려 잠시 혼란스러워야 했다.

 

 

물론...뜨개질에서 제일 성가신 것이 풀려버린 실 다음으로 엉켜버린 실이겠지만, 그것을 정리하여 패턴을 만들어 내는 것도 또한 뜨개질인만큼 그 복잡한 생각을 풀어낸 것도 알을 위한 주머니를 만들면서였다. 약 5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할 수 있는 집중 끝에 알은 멋진 주머니를 갖게 되었고, 그 속에 쏙 들어가 안락하게 지낼 수 있었다. 더하자면, 주머니를 완성했을때 혼란스럽고 겁먹었던 트레이너 역시 어느정도 알을 보살펴야 할 포켓몬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을 구경시켜 준다거나 포켓몬들과 함께 동네의 경관을 구경시켜준다거나, 조용한 어느 마을의 향긋한 차와 커피, 디저트를 접하게 한다거나.... 아침, 그리고 저녁으로 매일 닦아 준다거나..하는 나름의 케어를 시도하기도 했다. 

 

"사실 네가 어떤 애라도 괜찮아..."

 

깊은 밤, 포켓몬들마저 잠들고 방 불이 꺼지며, 트레이너마저 잠들기 전. 알에 손을 얹고 있던 트레이너는 조용히 혼잣말처럼 알에게 비밀이야기를 했다.

 

 

 

 

"....네가 누군가를 찾을때까지 혼자 두지 않을게.."

'폰텔로스_시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쳤다.  (0) 2026.07.10
4. 실톳마을  (0) 2026.07.09
3. 풍물마을  (0) 2026.07.04
02. 코르누 마을  (0) 2026.06.29
In the Lake (w. 카부토)  (0) 202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