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자신이 나고자란 곳이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고 생각했다.
우로지방의 입구라 할 수 있는 위치에, 하늘과 바다를 동시에 끼고 있는 이 마을에는 이어진 모든 곳에서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새로운 것과 옛 것을 한없이 열려있는 문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뱉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허나 이 마을의 또다른 한축을 담당하는 공동묘지는 국제 공항과 항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고요한 곳이었다. 이미 끝나버린 인연을 놓아두는 곳, 그 인연을 추억하고 추모하고 정리하는 장소니 새로운 것이 들어올 이유가 없었다.
오직 이 장소의 특이성 때문에 모여든 고스트 포켓몬들과 물 포켓몬, 이따금 발걸음하는 객을 제외하면 이 공동묘지는 시간이 멈춰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산맥의 아이가 된 소녀의 안식처는 그 끝의 장소였다.
조금 우스운 것은 소녀는 그 어떤 것도 영영 떠나보낸 것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제 겨우 10년 남짓을 산 아이의 주변에는 영원한 이별을 말하기엔 오래된 것도, 불의의 사건사고도 없었다. 그러니 추모할 것도 기억할 것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해가 뜨면 무덤가에서 오래오래 머물다 오곤 했었다.
굳이 말하자면 소녀의 일상은 추모라기보단, 무덤가의 비석과 작은 표식 근처에서 뒹굴고 있는 마른 꽃다발이나 헤어진 인연을 위로하기 위한 자잘한 소품에 가까운 것이었다.
인연이 끊어지고 그 뒤에 덩그러니 남겨진 무언가의 흔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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