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르보의 타입에 풀이 섞여있는 것과 별개로 자라나는 애벌레들의 주식은 싱싱한 잎이었다. 개체마다 입맛이나 취향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린네의 경우 일단 적당히 신선하고 갉아먹기 좋은 너비의 이파리라면 뭐든 잘 먹는 편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쩍 식욕이 늘었는지, 트레이너가 챙겨주는 식사와 별개로 혼자 산책을 다니면서 이파리를 사정없이 갉아먹어 과식을 조금 걱정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러니 녀석이 늘 먹는 파릇한 이파리를 내밀었을때 오히려 머리로 툭 밀어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을 보게 되면 온갖 병해가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것은 당연했다. - 왜..그래? 어디 아파..?- 그러고보니 린네가 부쩍 외식(산책하다가 뭔갈 먹고옴)하는 횟수가 늘어난 것 같았다. 나름 신경써서 좋아하는 것을 주었건만, 싱싱한 녹색 이파리는 적당히 먹고 나가선 돌아올 때 온몸이 동글동글하게 변해서 굴러오기 일쑤였다. 그렇다면 식욕이 없다는 것은 아닐터.
뭘 먹고 오냐고 물어도 녀석은 눈을 옆으로 굴리면서 딴청을 피웠다. 녀석을 만난지도 약 1달째... 이런식으로 굴고 있다면 분명 뭔가 짓궃은 장난이나 깜짝 놀랄 일을 숨기고 있다는 의미였다. 아니, 하지만 건강하니까 괜찮나? 그래도, 너무 멋대로 굴게 냅두면 린네가 무엇을 하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을테다. 아직 한참 초보 트레이너라 할 수 있었지만, 시라는 적어도 자신은 제 밑으로 들어온 애들에 대해서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을 의무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린네의 산책을 따라가는 것은, 트레이너이자 보호자로서의 의무였다.
늘 그렇듯이 녀석은 신나게 통통 튀고, 갑자기 몸을 둥글게 말아 데구르르 구르고, 느릿하게 썰썰 기어가기를 반복하며 해변가 근처의 풀밭으로 향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들키면 죄는 아니겠으나, 흥이 식었다고 의욕이 팍 떨어질 것이 걱정되어 최대한 몸을 숨기면서 미행했다.... 그런 의미에서 린네가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이 여기, 저에게 익숙한 실톳마을이라 다행이었다.
한참 썰썰 기어가던 녀석은 무언가를 보더니, 냉큼 실을 뿜어 그것을 끌어당겨 입안 한가득 잡아넣었다. 저게 바로 린네를 둥그렇게 살찌우던 것이구나..! 트레이너는 저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기울여 좀 더 자세히 봤다. 막연히 불안해하던 것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낙엽..?"
늘 먹던 푸릇한 이파리를 싫어한다.
그렇다고 식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별하게 몸의 균형이 망가질 정도로 고열량의 간식을 먹는 것도 아니다.
머릿속에서 안개마냥 뿌옇게 깔리던 불안함이 무색하게도 식사 거부의 내막은 그저 린네의 입맛이 바뀌어 버렸다는 것이었다. 답을 찾았으니 이제 조용히 돌아가야겠다 생각하던 순간, 발이 움직이면서 근처에 있는 돌맹이를 툭, 하고 찼다.
그리고 보통 이런 실수는 공교롭게도 아주 끝내주게 미행을 들키는 방식으로 커지기 마련이었다.
발에 부딪친 돌맹이는 아주 적절한 힘과 각도로 데굴데굴 굴러가 린네의 앞에 딱 멈춰섰다.
- ?..........??....!!!!!!!!!!
"..............미안..."
린네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너, 재미없어! 아마 린네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최대치의 화와 짜증을 드러냈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