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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럼블_메리

(w. 툰)

배추쿵야 2023. 9. 24. 18:22



길쭉길쭉하게 썰어놓은 당근과 비트를 간식마냥 집어먹자, 눈 앞의 상대가 몸을 슬쩍 빼는 것이 보였다. 그나마 피엠이 당당하게 가방에서 채소를 꺼낼 때처럼 신속하게 멀어지지 않는 이유는, 간식으로 같이 나온 감자튀김 덕분일 것이다. 

 

“ 나중에 툰씨와 뭔가 먹으면 편할 것 같아요. 제가 채소, 툰씨가 다른 걸 먹으면 되니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트는 것은 힘든 일이었지만, 막상 말이 트이거나 공통 화제가 생기면 그럭저럭 이어 나가는 것이 또 이런 이들이었다. 다행히도 소년이 좋아하고, 목표로 하는 것과 그가 어느정도 흥미를 가진 것은 같았다. 동시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꺼낼 수 있는 주제였다.

 

배틀.

그리고 정점. 

 

소년은 파트너와, 그 근간으로 이어지는 한가지 길로 정점을 향해 가겠노라 선언했지만 동전의 앞뒷면마냥 이어지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을 차마 숨기기 어려워했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을 굳이 웃기다 말할 이유는 없었다. 어떤 선언은 오히려 망설임을 지우는 것이기도 했다.



헬멧과 방호복으로 철저하게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진 않았지만, 그 그늘 너머 번쩍이는 안광만이 보였다. 문득, 그것이 오래 전 마주했던 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반짝이는 것을 봤어요..."

 

껍데기에 가려진 너머의 별은 반짝이고 있으나 땅을 디딘 발은 수많은 현실에 눌려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 짓누르는 것의 이름은 두려움이었다. 

 

"엄청 멋져서...

설령 떨어져 땅을 구르더라도 반짝임은 사라지지 않겠구나 싶더라고요..."

 

어쩌면 불쑥, 쓸데없이 분위기를 잡는 듯한 말을 하는 건 그런 이유일 것이다. 가려진 껍데기 너머로 보이는 빛이, 막연한 미래를 더듬으면서도 스스로를 다잡듯이 말하는 말이 부러워서. 

 

그리고 그 반짝임이 비틀거릴 지언정 이어지길 바라서.



"....갑자기 막막해지거나... 목표를 세운 것이 후회되면 꼭 말해줘요...같이 고민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너무 혼자 진지했나? 이건 너무 부담스러운가? 우리가 이렇게 많은 것을 공유할 만큼 가까운 것인가? 말을 하고나서 조금 고민했지만, 다시 고개를 들어서 변명처럼 뒷말을 붙였다. 수많은 반짝임이 반짝임의 가치를 모르는 이들에 의해 얼마나 밟혔는가. 숱한 ‘현실’이라는 핑계가 얼마나 많은 것을 짓눌렀는가. 

 

반짝임이 없는 이가 흔들리는 빛 앞에서 얘기했다.

 

“툰씨가 무슨 고민을 들고오든, 잡소리 안하고 들어줄게요...진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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