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스타블룸_리크 (60)
배추쿵야 자캐자캐 백업계
잔테씨에게.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햇볕에 잘 구워진 기분이 드는 걸 보니 슬슬 여름인 모양이에요. 저번에 보내주신 글라디올러스 구근이 꽃을 피웠길래 편지를 보내봅니다. 사진 보내주러 켈티스 타운에 갔더니 캐롤씨만 계시길래 물어봤는데 여행을 갔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사진쯤이야 로토무 기어나 메신저로 보내면 그만이겠지만 계절마다 몇 번정도는 돌고돌아 전달하는 메시지도 나쁘지 않잖아요? 어디로 갔는지는 얘기 하지 않으셔서 일단 캐롤씨에게 국제우편으로 보내달라 부탁했어요. 하나지방? 칼로스? 이왕이면 플로레에서 가까운 곳이면 좋겠네요. 너무 멀면 반송된 편지를 받아야 할 지도 모르니까. 글라디올러스의 상태는 좀 괜찮아 보일까요? 저번에 보내 주셨던 구근이 워낙 알차고 건강해서 실수 몇 번 쯤이야 잘 이겨낼 ..
허접한 코카트리스의 대가리가 되느니 드래곤의 꼬리가 되어라. 정작 그 소규모 헌터집단을 이끄는 대장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일을 하다 보면 왜 그런 한탄이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대체 태어나면서 무슨 변이가 일어나고, 또는 물리면서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 탈을 쓴 괴물들의 주식이 '사람'인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평생 피 외에 다른 걸 입에 댈 수 없고 볕 아래 나설 수 없는 저주와 바꿔먹은 것은 비슷한 고등생물을 한방에 물리적으로 사냥할 수 있는 피지컬이었다. - 대장... 뱀파이어의 천적은 누구냐, 헌터? 아니다. 그들은 그저 먹이사슬의 일부분이자 먹고 먹히는 순환에 얹혀가는 청소부들이었다. 볕 아래 나갈 수 없는 괴물과 이상현상, 악마의 천적은 자고로 신성이었다. 신. 그리고..
"아, 안녕하세요. 누나."켈티스타운에서 만난 장난꾸러기 이브이와 소년 벤은 여행의 시작이었으나, 가장 큰 줄기를 관통하는 이야기와 연관된 이였다. 아직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에게 연달아 닥쳐온 시련은 단순한 굴곡이라기엔 너무나 큰 일이었지만, 아이도 사람인지라 어떤 식으로든 버티고 있었다. 어떤식으로든. "파르페 하나 주시고요...뭐 먹을래?""으음- 전 아무거나 괜찮아요.""그래? 그럼 여기 복분 탕후루 하나...""....""농담이고, 여기 와플이요. 초코아이스크림 얹어서." 아이를 돌보는 것, 그것도 마음에 상흔이 남은 아이를 지켜보며 그 상처를 낫도록 밀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비즈니스적으로 선을 긋고 적당히맞닿은 사람끼리도 마음을 얻기 힘들텐데, 어떻게든 견디려는 아이의..
https://youtu.be/mJHT6CUmk5w?feature=shared 그 성격 나쁜 정원사가 마지막으로 정한 누울 자리는 안식을 위한 탑이 아니라 개척되었던 사막의 땅 어드메였다. 잿더미가 되기 전 그 곳의 풍경을 오래 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사막에서 피어난 꽃 속에 파묻히고 싶었던 것일까(후자는 생각해놓고도 좀 웃겼다). 어찌됐든 이 무덤이 만들어 진 뒤 1년 조금 모자란 시간이 지나고 이 근방은 잿더미가 되었었다. 그런 의미라면 지지리도 운이 없다 싶었지만- 부동산 사기가 아니라 천재지변급 사고라 차라리 다행인 것일까? 하지만 그녀라면 이 땅이 잿더미가 되어도 꽃이 불탔다는 것에 화를 내며 어떻게든 되살리려 동분서주 했을 것이다- 카멜리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망그러진 꽃밭에 슬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