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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호_무도회] Shall we dance?

배추쿵야 2024. 4. 22. 22:45

https://youtu.be/8ZP5eqm4JqM?feature=shared

 

하면 된다.

 

이 한 문장은 자기 계발과 인간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실상 인간들이란 무언가 방법을 찾으면 그걸 선하게 쓰기 보단 기가 막히게 악용하는 법으로 빠지기 마련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뭔가가 안되면 일단 사람을 갈아보는..아니, 좀 더 고상한 표현으로 노동력을 투입해 보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실패해서 터덜터덜 오든 기어오든 일단 실패했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 한번쯤 마주했을 것이다. 정말 이해도 공감도 없는 표정으로 빤히 보는 그 눈을 보다보면 아 이 인간은 될 때까지 갈아버리겠구나... 하는 모종의 체념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짐짓 심각하게 말했지만, 저 부조리가 이어진 원인은 '이게 되네?' 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어떻게든 시간과 노동력을 갈다보면 제로에서 1~3정도는 (완벽을 1000이라 가정하면) 늘기 마련이었다. 단순히 옆집 할머니가 필수 교양으로 '피아노'를 운운하는 바람에 '라비앙로즈'를 외워서 더듬더듬 치게 된다거나, 전직장에서 본의 아닌 기계공학과 건축을 강제로 배우게 되면서 다른 건 몰라도 군용트럭 수리나 컨테이너 분리는 할 줄 알게 된다거나..

 

 

그러다가 이번에는 프리즘호 탑승 전날밤, 댄스 좀 준비하겠다고 유배지로 걸어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시간을 돌려 금일 새벽 3시. 성도지방에서는 음기가 강해져서 귀신이 들끓고, 저주하기 딱 좋은 시간이라고 하는데 실상 슬슬 사람이 각성상태가 되기 시작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이미 며칠동안 배틀이다 뭐다 고생했던 프리츠와 다우징은 연습실 한구석에서 폭신한 담요를 말고 도로롱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다. 

 

"....하..."

"이게 잘 안되네! 다시 해볼까!"

"엘다씨, 일단 물 부터 마셔요. 땀 엄청 흘렸어요."

"오! 고마워 리크!"

 

한 명은 제대로 즐겨보겠다는 열정이었고, 한 명은 이참에 몸에 댄스를 새겨보자는 무언가의 프로그램 입력에 가까운 의도였지만 일단 붙잡고 늘어지는 성향은 비슷해서 늦게까지 춤 연습을 해야했다. 다행인지 아니면 강사 본인 (윌헬름씨다)의 건강에는 불행인지, 자정까지는 윌헬름의 코치를 받아 그럭저럭 목각인형 대신 훨씬 인간적인 움직임이 되었다.

 

"굽이라도 낮은거 신고 갈까봐요. 파트너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발 밟는거 엄청 아프다고요."

"일단 집중해서 바닥을 보고 있으면 발은 안 밟지 않을까? 그래도 연습한 시간이 있으니까 잘할거야!"

"좋아요, 그런 의미에서 한번 맞춰볼래요? 엘다씨는 어느 파트 연습했어요?"

"어! 난 아마 여기부터...어라?어.."

"아 남자 파트..어라? 이쪽은 여자파튼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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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즈 파티의 중심이 되는 세레니티 홀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샹들리에의 빛인지, 이곳을 채운 사람들 면면이 보이는 빛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빛조차 삼켜버릴 새카만 밤바다 위에서 단 하나, 이 거대한 배만이 밤을 잊었다. 평소와 같은 얼굴, 하지만 낯선 모습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려니 그 사이에 눈을 두른 듯한 드레스를 입은 이가 보였다. 새카만 드레스가 마치 유영하듯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 엘다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파트가 어떻게 섞일진 모르겠지만, 한 곡 하시겠어요? 엘다씨."

 

분위기에 취해, 동시에 두어달 동안 함께한 친애하는 캠프원에게 미소 지으며 한껏 꾸며낸 동작으로,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새벽내내 몇십번씩 돌려보며 연습했던 동작이라 그거 하나만큼은 물 흐르듯이 거침없었다. 내밀어진 손바닥 위로 먼저 금빛의 웃음이 쏟아졌다.

 

"얼마든지!"

 

공백포 1213 (점 / 엔터 간격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