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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텔로스_시라

5.5. 옛날 옛날 태양을 동경한 한 인간이..

소녀가 많은 재료 중 하필이면 실을 주력으로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첫번째는 가장 많이 본 모습이 실 공예라는 점이었고, 두번째는 자신을 가르친 어머니와 할머니가 그것을 전문으로 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외출하기 어려울만큼 눈보라가 치는 날이나, 유난히 긴 무송마을의 겨울밤을 지새우다 드문드문 나오는 TV 프로그램도 질릴 때면 소녀의 조모는 어김없이 실 한꾸러미를 들고 무언가를 뜨거나 가느다란 실로 무언가를 짜고 있었다. 평범하게 실을 섞어가며 뜨개질을 할 때도 있었으나, 소녀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은 벌레포켓몬들의 실을 섞어서 위빙을 하거나 엘풍에게서 뽑은 보드라운 면사로 레이스를 뜨는 것이었다.

 

그것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 이따금 제일 화려하고 잘 나온 것은 늘 자신의 몫이었다- 하염없이 그것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할머니는 어디서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온갖 이야기들을 꺼내어주었다. 그건 어딘가 이곳이 아닌 먼 지역의 이야기이기도 했고, 대단한 포켓몬의 이야기이기도 했고, 젊은 날 있었던 격렬한 충돌, 혹은 조손 간의 전통적인 주제- 전설과 신화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그날 할머니가 꺼낸 이야기는 세상에서 그 누구도 풀지 못한 매듭을 푼 여행자의 이야기였다. 아마 할머니의 버릇없는 에나비가 털실공을 가지고 놀다가 실이 왕창 엉켜버려서 고생고생하며 풀다보니 생각났는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늘 시간과 공간이 두서없이 도약하듯 나왔으니까. 

 

 

아주 오래전...트래피더가 모크나이퍼를 그물에 잡아가두려 할 만큼 오래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게 엉켜버린 매듭이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풀기가 힘든지, 그 매듭을 푸는 자가 모든 것을 갖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게 되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푸는 것에 도전했으나.. 당연하게도 주인공이 나서기 전에는 그 누구도 풀지 못했다.

 

어느날 어떤 여행자가-당연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여행을 하다 그 매듭을 보게 되었고, 여행자는 여타 다른 이들이 그랬듯이 그것을 풀기 위해 매듭 앞에 서게 된다. 이제는 실패하는 것이 일상이 된 사람들은 그 여행자도 실패할 거라 생각했으나... 여행자는 아주 간단하게 그 문제를 풀어버렸다.

 

- 매듭을 자르는 것도 풀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건 푸는게 아니라 자른 거 잖아요. ] 

 

소녀에게 있어서 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얽히며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재봉이든, 뜨개질이든, 직조든. 그것을 끊는 것은 모든 것이 완성되었고, 더 손 댈게 없으니 작업을 끝낸다는 의미거나 아니면 삐져나온 잡다한 실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니 그에게 있어선 그 여행자는 문제를 푼 것이 아니었다.

 

손주의 말에 할머니는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조용히 이쪽을 보았다....사실 할머니는 늘 자신을 볼 때마다 기묘한 호의와 호기심, 즐거움을 담고 보고 있어서 그저 보기만 한 것인지 아니면 뭔가 더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약 3년을 함께 지냈는데도 깊은 호수마냥 알 수 없는 마음의 무게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으려니 그 위로 할머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그건 풀어낸 게 아니지.

누구나 여기에 풀기 힘든 매듭이 있고, 손댈 수록 엉키는 게 있어.

그래서 그걸 내버려 두지 않고 해결하려는 사람들은 두 가지로 나뉜다. ]

 

여차 모든 실패자가 그러했듯, 언젠가 풀 수 있길 바라며 끊임없이 엉킨 것을 해결하려며 골머리를 앓는 사람. 

그리고 매듭의 문제를 '해결' 하는데 성공한 여행자처럼 그 모든 것을 끊어버리고 치우는 사람. 

 

 

'여기'라고 말하며 심장께를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소녀는 저도 모르게 제 심장 어림에 손바닥을 대었다.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매듭을 보관하는 살아있는 상자. 그리고 엉켜버린 매듭의 불쾌함과 더 나아가지 못하고 묶여버린 실의 진동처럼 밀려오는 답답함에 입을 꾹 다물었었다.

 

 

 

 

[ 어느쪽이 옳다고 할 순 없지. 엉킨 매듭이 얼마나 성가시고 힘든지 너도 알잖니. 

하지만 시라, 잘라버리는 순간 편해지는 만큼 많은 것이 바뀔거고, 돌이킬 수 없을거다. ] 

 

'자른다' 는 건 그런거야. 

그러니 아주 지겨울 정도로 이것저것 즐기고, '마무리' 를 하거라. 

 

 

그 날 어째서 할머니가 자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줬는지는 여전히 몰랐다. 

자신은 더 깊게 생각하기엔 가슴 한켠에 자리 잡은 매듭이 너무나 무거웠고, 더 움직이기엔 길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 한 번뿐인 인생, 언젠가 막을 내려야 한다면 불분명한 영생을 쫓을게 아니라 최대한 즐겁게 살기 위해 고민하는 게 더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그러니 나는…

 

- 부지런히 움직여서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건 전부 다 해내는 화끈한 인생을 살 거다!!!

 

 

이제와서 관장들에게 좀 더 대담하게 도전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이미 예전에 한번 대담한 도전을 해보기도 했으니 기념할만한 첫번째 도전은 아니었고, 어떤 문제가 자신에게 또다른 변수가 되는 것은 사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번 관문에서 문제를 택해보겠다고 결정한 것은 한결같이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이 키아시티의 수문장 때문일테다.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뻗은 길을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평생이란 말을 담기엔 너무나 짧았으나 10년 하고도 5년이라는 시간동안 계속 복잡하게 꼬인 길만 헤매던 이에겐 무언가를 하고 싶다거나, 얻고싶다는 말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겨우 애착을 붙인 것을 빼면 손을 뻗어도 제 손안에 들어올거라는 장담을 할 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있는 힘껏 달려서 부딪친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떨구새에게 부딪치고 나면 자신도 후련해질까? 꼬여버린 길이 조금이나마 풀릴까? 

그렇게 된다면 여행의 끝에서, 매듭을 잘라 던지지 않고 마주볼 수 있을까?

 

한번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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