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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텔로스_시라

회상

 

https://wintertree90.tistory.com/571  에서 이어집니다.

 

 

 

  

 

 

 

실툿마을의 공동묘지는 소녀의 놀이터였다.

 

누군가가 듣는다면 1. 장소가 마땅찮다 / 2. 함께할 상대가 마땅찮다 / 3. 어딘가의 오컬트 마니아적인 취향이 잘못 스친것이다. 고 짐작하겠지만, 소녀에게 있어서 묘지는 정말로 즐겁게 노는 곳이라기보단 시간을 죽이러 가는 곳에 가까웠었다.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막연히 책에서마냥 하늘을 보며 기도를 해도 보호자들에게 깊게 패인 골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집에서 슬퍼하는 가족을 무력하게 보는 것도 괴로운 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동묘지는 소녀에게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남은 장소였다. 묘지를 돌아다니며 그 앞에 놓여진 마른 꽃다발, 잡다한 소품, 가장 소중한 보물같은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보호자가 무너지기전 함께 손을 잡고 상대가 어떤 일을 하고 이곳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를 들으며 걷던 시간이 떠오르며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이따금 단물이 빠져가는 껌을 몇 번씩이나 씹으며 그것이 가졌던  맛과 향을 몇번이나 되새기는 것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면 그 점이 심장이 찔러오는 듯이 아팠으나- 소녀는 아직 어려서 이것이 '구차함', '수치심'이라는 걸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 말고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던터라, 고스트 포켓몬마냥 거의 매일 묘지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었다. 

 

적어도 그 '친구'를 만나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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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게 줄 팔찌를 완성하기까지 딱 일주일이 걸렸다.

 

막연하게 엄마가 실을 엮어 머리끈을 만들던 기억을 꺼내서 흉내를 냈으나 처참하게 실패하고, 다시 책을 찾고, 아는 어른에게 묻기를 몇 번, 엉켜버려 못 쓰게 된 실도 많았다. 서너개의 실이 서로 어떤식으로 엮여 매듭이 되는 지 깨닫자마자 거의 숨도 쉬지 않고 얼굴을 박고 매듭 팔찌를 만드는데만 집중했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머릿속에 팔찌를 맨 ■ ■ 의 모습만 가득한 것이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않는데도 힘이 났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까지 매일 들르던 바위 동굴의 모습이 보였다. 이쪽 길을 따라 가고, 저쪽 마른 꽃다발이 있는 비석쪽에서 꺾으면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무덤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마른 꽃다발이 널부러진 무덤 앞이 ■ ■가 늘 머무는 자리였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는 - 실제로 가면 길이 거칠어 그대로 바닥에 넘어진다- 길을 따라 걸으니, 저쪽에서 바다를 보고 있던 다크펫의 모가지가 홱 하고 돌아가더니 시뻘건 눈을 부릅뜨고 씩씩대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평소라면 그냥 사람들을 놀래키기 위해 히죽히죽 웃고 있겠으나, 입이 아치모양으로 휘어진 것을 보니 골이 난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신나게 같이 놀다가 '잠깐 못 올지도 몰라' 라고만 통보하고 일주일 간 코빼기도 안 비췄으니 화가 나지 않았으면 이상할 지경이었다. 

 

"어..."

 

저쪽에서 툿탓탓 달려오는 다크펫이 가까워지면서 얼굴이 자세히 보였다. 그리고 아치형으로 뒤집어진 입모양 뿐만 아니라 이마에 핏줄이 돋을만큼 힘을 준 것을 보자, 소녀는 제 업보가 생각이상으로 큰 것을 눈치챘는지 멈칫하다가 뒤로 달리기 시작했다. 

 

"미안해..!! 화내지마 ■ ■!! 다 사정이 있어..!!"

 

 

 

 

 

짧은 술래잡기는 악에 받친 다크펫이 어지간한 번치코 못잖게 다리를 쭉쭉 벌리면서 뛰어오다 냅다 몸통박치기를 해버리는 것으로 끝났다. 이마를 호두껍데기마냥 구긴 채 속사포처럼 따지려는 듯이 씩씩대는 녀석의 앞에 냅다 팔찌를 보여주자,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팔찌를 한번, 상대를 한번 보며 팔짱을 꼈다. 

 

"이거 만드느라 늦었어... 나 이런 건 처음 만들어봤거든...

너무 늦어지면 얘기하려고 했는데..딱 일주일 걸렸어."

 

■ ■, 손 내밀어봐.

함께 놀던 소녀의 말에, 다크펫이 한 손을 쑥 내밀자 그 팔에 꽃이 엮인 매듭팔찌가 둘러졌다. 녹색과 연녹색 실이 꽃줄기가 되어 감겨있으며, 그 사이사이에 매듭으로 만든 하얀 들꽃이 피어있었다. 

 

 

"다행이다..! 작으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 나랑 놀아줘서 고마워, 벨벳."

 

 

 

 

 

의미없이 좋았던 기억만을 곱씹으며 유령마냥 돌던 소녀를 멈춰세운 것은 홀연히 나타나 무언가를 기다리던 다크펫이었다.

첫 만남은 흔히 놀래키고 놀라는 관계였으나, 새삼스레 이렇게 서로 옆에 없으면 섭섭해하고 화낼만큼 사이가 가까워진 것이 신기했다. 

 

"....나중에 내가 여행을 가면, 오래 못 볼지도 모르는데...혹시 그때...나랑 같이 가줄 수 있을까..?"

 

 

 

설령 이제 멀리멀리 부유浮游하더라도 그 손을 잡고 걸으면 떠도는 것도 지루하지도, 두렵지도 않으리라. 그리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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