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쿵야 자캐자캐 백업계

[축제/훈련] 선물 주고받기 (포푸니크) 본문

칼레히_먼로

[축제/훈련] 선물 주고받기 (포푸니크)

배추쿵야 2022. 6. 28. 21:22

하나하의 선물은 보호대였다. 여러가지 색의 가죽을 단단히 덧대어 꿰맸지만, 무난하게 익숙하고 평범한 황색이라 모르는 척 패션 혹은 방어구 대신 팔에 착용하고 있어도 괜찮아 보였다. 무난하면서도 실용적이고,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선물. 다시 한번 하나하의 섬세한 센스에 감탄하며 꼬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꽃과 꽃잎의 이름을 지닌 포켓몬과 인간은 서로 선택한 것이 명확했다. 본래 선물은 플라베베가 앉아 쉴 수 있는 작은 화분이었으나 여기서 이리 선명하게 의견이 대립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행여나 제 선택이 보이지 않을까 포르르 날아 낯선 이의 소맷자락에 앉은 작은 꽃의 포켓몬은 그보다 더 작은 손가락을 뻗어 녹색 화분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파트너인 하나하는 망설임없이 플라베베의 꽃 색과 비슷한 파란색의 화분을 말했다. 

고성도, 다툼도 오가지 않고 그저 조용히 가리킬 뿐이었지만 어느 한쪽이 굽힐 생각이 없는 이 조용한 대립에, 포푸니크는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며 눈을 굴려 하나하와 하나를 바라보았다. 

"하나가 갖고 싶은 것이 화분이랬으니 하나하 군이 갖고 싶을 물건을 하나 더 골라야겠군. 자네는 어떤 것이 좋은가?"



어느쪽이 최선인지는 몰랐다. 노인은 타인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싶었으나 만족할만큼 배려가 깊지는 못하여 어느 한쪽은 필히 만족하지 못할 것이 자명했다. 그러니, 적어도 그 쓰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작은 포켓몬의 뜻에 맞는 녹색을 고르자, 그와 비슷한 짙은 녹색 눈동자가 외면하듯 돌아가는 것이 제법 완고했다. 플라베베 역시 이것이 좋다 말하듯이 제 트레이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나는,딱히..."

 

사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아직까지 꽃의 이름을 지닌 이의 심상에 무엇이 있는지는 잘 몰랐다. 다만 몇가지 알게 된 것은, 섬세하고 센스가 좋다는 것, 문자 그대로 아름답고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 제 미학에 완고함이 있다는 것, 그리고.. 옷 핀이 꽤 낡아있다는 정도였다.

 

"딱히 없다면 받아주겠나?"

 

 

곱게 포장된 작은 꾸러미를 손바닥 위에 놓고 펼치자, 그곳에는 파란색 장미 장식이 하나 놓여있었다. 장식이 어느정도 크고 꽃이 만개하고 있어 코디 악세사리의 역할도 하면서, 보통의 옷 핀처럼 적당히 천을 고정시킬만큼 튼튼했다.


"최대한 비슷하면서도 자연스러운걸로 골랐다네. 
쓰는 건 군의 뜻대로 하게나."

공백포 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