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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로그] 캥카(1/2)

배추쿵야 2022. 6. 28. 23:06

수컷은 진작에 애만 만들고 떠남. 

소중하게 품다가 낳은 애는 1년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아기. 

어미 캥카의 모습이었다.

 

주변에 좀 말쑥한 옷차림과 갑옷을 입은 인간들이 몇번 왔다갔다 하더니 당장 근처에 있는 마수들이 제 집을 잃었다고 비명을 질러대었다. 소문으로는 인간들이 몰려오더니 숲의 나무들을 왕창 잘라갔다나. 

당연히 인간의 힘으로는 아직까지 숲을 하루만에 통째로 날릴 순 없었으니 그 징글맞은 것들은 날이 어두워지자마자 순식간에 철수해버렸다. 반절넘게 날아가버린 나무들과 어디의 싸가지 없는 대형 마수가 파괴광선이라도 갈긴 듯한 폐허만 남겨놓고 말이다. 

이미 집을 잃은 마수들은 울거나 인간을 원망하면서 터전을 떠나든, 다른 곳을 찾든, 아니면 쓸쓸히 수습을 하든 하고 있었지만 집이 날아가지 않은 마수들 역시 불안에 떠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뭐가 문젠지 나무며 흙이며 물이 마르고 고사하는 것도 미치겠는데 저것들이 뭘 또 해먹으려고 영역을 넓히고 있을까. 

집이 부서지지 않은 마수들 중에서도 터를 옮기는 이들이 있었다. 아마 캥카 역시 아기가 어리지만 않았어도 당장 산 넘고 물 건너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는 곳으로 가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이 날, 기어코 숨겨두었던 둥지가 날아가는 것을 보며 캥카는 한가지 감정이 떠올랐다. 인간의 언어를 쓰고 있어 감히 마수의 심상을 쉬이 짐작하고 표현하기 어려우나 이것을 읽는 것 또한 인간이니 인간의 방식으로 해석하자면 대략 이렇다.


거지같다.

진짜 거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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