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디가 찾았던 별을 닮은 조각을 깨물자, 놀랍게도 별다른 맛은 나지 않았다. 아니, 맛이 났던가? 어쩌면 별사탕처럼 조금 단 맛을 기대해서 그저 아무 맛도 없다 생각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이것이 먹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의 수단이라 맛을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지금 환한 달빛 아래에서 흔들리는 붉은 꽃들이라든지, 그리고 그 아래에 서 있는 소년이라든지.
델빌. 어쩐지 포켓몬의 이름- 본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을 호칭으로 삼은 소년은 낯선 사람을 보는 것 치곤 상당히 반가워 했다. 누군가가 이 생각을 읽었다면 똑같이 반가워 하는 건 비슷하지 않냐- 하겠지만, 상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살갑게 구는 것과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굳이 그걸 짚어보자면, 구김살이 없다. 는 표현이 맞으려나. 복잡한 감상과 별개로 웃으며 다가오는 소년은 좋아서, 2년간 함께 동행한 오델로에게 기술을 알려달라 부탁하며 훈련하는 것도 관찰했고 잡다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답답하거나 막막한 일이라~ 고민은 아니지만 그나마 얘기하자면 '배틀검정'인걸까?"
"아무래도 체육관의 관장님들은 다들 실력자니까! 호락호락하진 않지!"
"응, 맞아. 그 '배틀 나이츠' 라는 거, 어쩐지 되게 먼 이야기 같지 뭐야. 플로레 지방을 지키는 '기사님'이라는 것부터."
분명 한 지방을 수호하는 특수 부대니, 관문마다 도전자에게 각오와 마음가짐을 묻는 일이 숱하게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지킨다는 건 쉬운 일이나 단순한 호승심으로 이뤄낼 것이 아니므로. 그 앞에서 자신의 각오가 안일하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그건 추천인이 대충 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협박이 원인인 것도 아니었다.
"관장님들이 각오를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어. 난 언제나 최선을 다했거든."
그렇지 않으면 휘말려서 낙오되거나, 재기불능이 되도록 망가지거나, 소소하게는 생계가 위험하기도 했다.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자신의 주변은 험난했고, 그 속에서 버티고 나아가려면 안일할 수 없었다. 절박하진 않으나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뭔가를 목표로 달리는 건 거의 해보지 않아서 말이지."
물 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떠도는 부평초처럼, 끊임없이 나아갔으나 그 끝에 닿는 곳이 어딘지 평생 알 수 없었다. 한때는 돌아갈 곳이나 목표로 하는 그림을 그렸던 것 같지만 그게 무너진 뒤로는 끝에 무언가를 그리는 것을 그만둬버렸다.
"일단 '목표'라는 걸 억지로 잡긴 했는데, 이런 건 오랜만이라 엄청 어색하네.
이상하지, 목적지가 없다 생각하면 그냥 쭉쭉 가면 된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목적지가 잡히니까 막막하지 뭐야."
평소라면 이런 얘기, 자신보다 어린 소년에게 하지 않을 말이었다. 많은 이들은 각자의 크고 작은 고민을 안고 있고, 거기에 쓸데없이 자기가 감당할 몫을 얹어주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으니까. 다만, 이곳이 현실의 세계는 아니고, 델빌 또한 현실에서 조금 유리된 존재였으며, 무엇보다....
함께 다니는 포켓몬들이 자신의 불안을 함께 떠안는 것은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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