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디 시스터즈에서 골뱃이나 몰드류에게 흠신 두들겨 맞을까봐 플러스 모종의 사유로 고고마를 막은 댓가는 처절했다. 분명 로토무에서 분석한 바로는 딱히 고집쟁이 성격은 아니랬건만, 노력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건 다른 의미로 고집이 세다는 의미기도 했다. 차라리 오델로나 이녀석처럼 나이가 어느정도 차고 상대의 능력을 대충 가늠할 수 있으면 타협이 가능했지만, 태어난 지 겨우 2주일 되는 이 아기 브케인은 숱한 좌절을 모르니 있는 힘껏 역경에 덤벼들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스타샌드 시티의 첫 날은 토라진 고고마를 달랠 겸 포켓몬들과 죽어라 놀아줘야 했다는 것이었다.
물에 약한 포켓몬들을 위한 모래 사장이나 스파는 물론이요, 물이 꺼림칙한 것과 별개로 기념품 샵에서 산 튜브를 타고 동동 떠다니는 건 재밌어 보였는지 다들 한번씩 태워달라 아우성 쳐서 수영장에서도 한참 밀어주고 다니다 배고프면 간식도 먹이고 다시 모래사장과 스파로 가서 한참동안 찜질을 하고.... 체력은 문제없었으나 덥고 습한 곳에서 얼굴이 익도록 있다보면 물이 간절했다.
"으아....죽겠다..."
발 하나 까딱하지 못할 정도로 널부러진 포켓몬들 - 놀아달라 온 알렉도 포함이다- 을 대강 편한 곳에 눕힌 뒤, 제일 시원한 곳에 드러눕자 에어컨에서 나오는 찬바람이 폭포수처럼 아래로 쏟아졌다. 도시의 불볕더위와 습기로 눅눅해진 정신에 겨울 바람을 흉내 낸 냉기가 닿자 머리에 오른 열이 천천히 내려가며 얽혀있던 생각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라토 관장님, 챌린지, 포켓몬 케어, 아르바이트, 서핑, 선술집, 베리와 쇼핑.... 두서없이 떠오르는 일정에 천천히 눈을 감고 순서를 정리하고 있으려니 귓가에 기침 소리가 들렸다. 마른 기침이 아니라 너머에서 끓는 소리가 섞인 소리였다.
[물 가져왔어. 이거 마셔.]
[ 난 여기가 싫어. 맨날 눈만 오고. ]
동생은 싫은게 참 많았는데, 아마 그나마 덜 싫어하면서도 은은하게 계속 싫어하던 것은 그곳의 날씨였다. 찬바람이 불 때마다 기침과 재채기를 발작하듯이 한 뒤 미간을 있는대로 찌푸린 채 불만스레 중얼거렸다. 하얗게 내리는 눈은 길을 얼린다고 싫어했고,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면 들이닥치는 겨울의 마른 공기를 달갑잖게 여겼다.
[그래도 3일 뒤엔 좀 따뜻해지니까 그때까진 참아봐. ]
[따뜻해진다고? 차이브는 바보야? 여긴 맨날 겨울이잖아. 겨울은 춥고 꽃도 못 필 정도로 나쁜 날씨라고.
차이브는 바보라서 안 춥지만 안 따뜻해. 이 동네는 평생 안 따뜻하다고. ]
자신처럼 좀 더 건강했다면 그저 추운게 싫다고만 했겠지만, 눈이 오는 마을에 덩그러니 버려진 아이에게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었다. 약했던 아이는 늘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꽃이 가득히 핀 마을과 봄의 따스함을 얘기하며 언젠가 순례를 떠나게 되면 가장 먼저 봄을 찾아갈 것이라 얘기했던 것 같다.
그 애에게 긴 겨울이 힘들었듯이, 이곳 태양의 도시는 밝고 뜨거웠다.
눈 따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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