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타블룸DCP_차이브

[진화] 이녀석 (뚜벅쵸 > 냄새꼬)

by 배추쿵야 2025. 3. 27.

'이녀석'의 취미는 산책이다. 어느정도냐면, 밤마다 산책을 나가버려 래리박사님께 건강검진 받을 타이밍을 놓쳐 그대로 여기 눌러앉아버릴 정도로 좋아한다. 낮에 오델로가 꽃 구경을 하느라 나갔다 저녁에 돌아오면 그때부터 이녀석의 산책시간이었다. 그러니 레인저 본부에서 맡긴 순찰도, 이녀석에게는 그저 혼자 다니던 산책길이 조금 시끄러워진 정도에 불과했다.

 

해변에 널린 석상의 파편을 치우고 돌아가는 길은 지루하지 않게 약간의 경보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짧은 신호가 떨어지기 전에 벌써부터 달?리기 시작하는 포켓몬들을 쫓아 트레이너들이 걷기 시작했다. 네리네가 어지간한 파치리스 못잖은 잰 걸음으로 바짝 뒤로 추격해오자, 이녀석의 눈가가 미세하게 꿈틀거리더니 더 빠르게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앗, 이녀석~! 그건 걷는게 아니라 달리는 거잖아!"

"네리네가 이해해줘~ 이녀석은 다리가 짧..없잖아."

 

이녀석은 동행인의 저 생각없는 발언을 무시하기로 했다. 지금은 (왠지 모르지만) 1등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앞으로 마구 달려나갔다. 아마 포켓몬의 행동 원리에 해박한 사람이 본다면 '마치 공을 던져줬을 때 포켓몬이 쫓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라고 파악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곳에는 그 갑작스런 승부욕을 궁금해 할 이가 없었다.

 

하지만 기억했다. 동행인은 머지 않은 시기에 저리가루를 맞고 바닥에 뻗을 것이다.

 

나중에 돌려주겠다 마음 먹으며, 이녀석은 이젠 숫제 달리고 있었다. 물론 - 저정도면 경보가 아닌데?- 하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경쟁심으로 시작된 충동이 진정되기는 커녕 커지고 있었으니 충실하게 거기 따르기로 했다.

 

공백포 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