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보자~"
켈티스 타운의 기념품 샵에서는 트레이너들을 위한 '모험노트'를 팔고 있다. 이쪽 동네의 컨셉과 취향에 맞으면서도 취향이 맞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도록, 표지는 제법 켈티스의 정원이 생각나는 로맨틱하고도 빈티지한 것이 한 권의 동화책 같은 모습이었지만... 아무래도 모름지기 물건은 사용자가 쓰기 나름인 법이었다.
누군가에겐 한장한장 넘기기도 아까운 아름다운 표지는 가방 속에서 조금 닳았고, 수시로 들고 다니면서 꽤 많이 넘겼는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슬슬 조금씩 넘기는 모양으로 구김이 생기고 있었다. 페이지에는 무언가의 메모가 복잡하게 얽히듯 적혀 있는 것이 약 2주만에 사용자에게 맞게 길들여 졌다 할 수 있었다.
인솔팀에서 남긴 주의사항, 레시피를 만든 후기, 포켓몬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 그리고 몇 페이지를 빼곡히 채운 켈티스 체육관을 대비한 전략까지. 그때그때 생각나는대로 낙서마냥 끄적였다 생각했는데, 그 흔적도 쌓이니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니까, '트레이너' 같다는 얘기였다.
" 다시 '순례'를 할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인생이야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법이었지만, 큰 맘 먹고 나섰던 첫 순례를 그렇게 끝내고 고향을 등지면서 그리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렇게 10몇년만에 그 예감이라는 건 보기좋게 빗나갔으니 더이상 예측이라 할 수 없었지만 그때 도망치도록 짓눌러오던 무게만큼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각설하고, 반쯤 꽂아 넣다시피 들어간 캠프는 즐겁고 삼시세끼 꼬박꼬박 나오고, 돈도 제대로 벌 수 있었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이 많아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던 배틀이라는 것도 겨우겨우 한걸음씩 발걸음을 떼는 감각은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좋은 일이 많으면 실망하거나 당혹스러운 일도 돌부리마냥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마련이었고, 일요일에 마주쳤던 테러리스트는 그 돌부리 중 하나였다.....좀 많이 큰 것이지만.
소동의 마지막은 보다 못한 인솔자가 나서는 것이었고, 다행히 그것들은 성가신 만큼 적당히 꼬리말고 도망칠 줄 아는 무리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눈 앞에서 거대한 야돈상이 박살나는 것과 그 잔해에 깔려 다친 포켓몬들로 끝을 장식하는 것은 썩 뒷맛이 좋진 않았다.
"그 머드나기 엄청 아팠겠지? 아마 제대로 부러졌을텐데."
미리 말하지만, 몸이 튼튼하다고 다른 것의 고통에 무감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겪어봤으니 그 고통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머드나기 같은 포켓몬들은 다리가 정말 중요한 부위니 더 위협을 느꼈을테다. 언뜻 보이는 걸로도 상처가 꽤 깊었는데, 걷지 못하면 어쩌지? 잠시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괜찮겠지."
이곳은 레인저 본부가 있는 곳이었고, 운이 좋게도 휘말린 캠프 일원중에는 의사가 있었다.
레인저 들은 이런 사고에 대처하는 방법이 있을테고, 지즈씨가 어떻게든 도우려 갔던 것도 보였다.
그러니까, 괜찮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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