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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블룸DCP_차이브

[오델로] 꽃의 군락

by 배추쿵야 2025. 3. 23.

 

켈티스 타운의 꽃밟기 축제가 끝나고 길게 깔아놓은 꽃의 길이 철거되고 있었다. 물론 이어서 플로레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축제인 그랜드페스가 시작되고 새로운 판이 깔리기 전에 이전 축제의 흔적을 정리하기 위한 일이었지만 켈티스 타운을 찾는 외부인들은 그 잠깐의 이별이 조금 아쉽다는 듯이 치워지는 꽃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듯한 인상의 가보리 한마리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인부들이 꽃을 한아름 껴안고 지나가자 그 사이로 미처 갈무리 하지 못한 꽃 한송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반사적으로 성큼성큼 종종종 걸어가 꽃송이를 물고 그 향기와 보드라운 꽃잎의 감촉을 곱씹듯이 서 있었다. 

 

이곳은 꽃의 군락이다. 

 

동행인과 함께 발을 들였을 때 마주한 것은 어지러울 정도로 사방에 피어있던 꽃, 그리고 꽃, 꽃들. 땅에는 꽃길이, 사방과 팔방에 고개를 돌릴때마다 눈 안에 들어오는 꽃들, 그리고 하늘을 쳐다보면 축제의 음악소리와 함께 흩날리는 꽃잎까지. 그것은 가보리의 기억 한구석에 눌어붙듯이 남아있던 오래된 그리움의 색을 선명하게 만들고 있었다. 비록 자신이 살던 곳은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꽃의 향기를 맡고 꽃잎을 입에 물고 씹을 때마다 흐려진 기억이 점점 형체를 갖추고 있었다. 

 

험난한 산과 가파른 절벽은 모든 동네의 산과 절벽이 그렇듯이 조금 가혹하고 튼튼하고 단단한 녀석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단련시켰으나, 그 사이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바람은 언제나 꽃의 향기를 싣고 있었다. 단 한번도 그것을 잊은 적은 없었다. 잊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자신이 찾던 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 

이번에야 말로....

 

이 '산책'을 끝낼 수 있을까?

 

 

 

 

"오델로!"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몸이 번쩍 들렸다. 자신을 무슨 꽃 줍듯이 번쩍번쩍 드는 인간은 몇 되지 않으니 사색을 방해받은 것에 대해 항의하는 대신에 그저 동행인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찾아가던 숱한 인간들의 표정이 떠올랐으나, 그 중 어느 하나 동행인과 같은 표정을 짓는 이는 없었다. 불안함도, 뜻대로 안되는 것에 대한 짜증도, 지친 표정도 아닌, 아주 약간의 반가움과 식사를 건너뛰는 걸 막았다는 조금의 안도와..전반적으로 자신에 대해서 별다른 감정이 없는 표정.  

 

"여기 있었구나, 밥 먹으러 가자."

 

어쩌면 그랬으니 이 인간이야 말로 장장 2년동안 자신과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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