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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블룸DCP_차이브

[켈티스체육관 3] 교체

by 배추쿵야 2025. 3. 20.

애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포켓몬은 생각보다 거친 녀석들이다. 그리고 알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무언가가 눈을 가리기도 한다. 손 안에서 꿈틀거리던 작은 브케인은 자신보다 먼저 필드로 뛰쳐나갔고, 훨씬 능숙한 에써르와 거의 비슷하게 맞서 싸우고 쓰러졌다. 미간을 있는 힘껏 찌푸리면서 자신이 낼 수 있는 불꽃을 세게 뿜어내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기세가 조금씩 깎이는 것이 보였다. 

아. 
첫 배틀은 처음이니 힘이 너무 들어갔다. 정수리에 내리꽂히듯 떠오르는 예감과 서투름에 식은 땀이 났으나 녀석이라도 에써르를 이길 자신이 있어서 덤비는 것은 아닐테다. 치솟는 불안함을 누르듯이 주먹을 한번 꾹 쥔 뒤에 배틀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에써르가 고고마와 동시에 넉다운 된 것은 어쩌면 초심자의 훌륭한 운이었을 것이다. 고고마는 내가 이겼다고 자랑하고 싶어했지만, 온몸에 힘이 들어갈 리가 없으니 그저 널부러져서 움찔거릴 뿐이었다. 

"수고했어, 고고마야."
- .....
지쳐서 늘어져 있던 눈매가 희미하게 웃음기를 띄었다. 돌려보내는 대신 조금 가까이 앞으로 나아가 녀석을 안아들고 볼을 갖다댔다. 멀리서 볼로 넣을 수 있었지만, 그저 그러고 싶었다. 

"나도 힘낼게."

건너편에서 세레소 관장이 에써르를 격려한 뒤 다음 포켓몬을 위해 볼을 꺼내들었다. 이쪽도 맞설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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