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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블룸DCP_차이브

(W. 웜우드)

by 배추쿵야 2025. 3. 31.

이따금 눈 앞의 이를 볼 때마다 고요하게 안개가 내려앉은 밤이 생각나곤 했다. 서늘하게 가라앉은 밤 공기와 흐려진 시야속에서 등불이 켜지듯이, 청록의 색이 복잡하게 엉킨 마음을 궤뚫어 보듯 비추었다. 본래 스스로의 마음을 드러내봤자 쓸데없다 생각하는 편이었으나, 그와 동시에 수를 쓰고  스스로를 전략적으로 감추는 것은 더없이 서투른지라 그 앞에서는 어찌어찌 조금씩 더 타래를 풀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통찰하고 연륜이 있는 이에게 쓸데없이 기싸움 하듯이 감추고 거짓말을 해봤자 실이 있을 뿐, 전혀 득 될것이 없었으니.

 

" 다만 그때의 판단에 대해서는 빠른 행동보다는 내몰린 결정처럼 들리는군. "

 

자신의 의지로 고향을 벗어나 무너지지 않는 굳건한 성을 쌓은 이가,

고향에서 도망쳐 나와 헤매던 이의 발자국을 보았다.

 

의미도 가치도 없다 생각하여 간신히 끝자락만 풀어내던 이가 무거워 지는 마음에 고개를 조금 숙였다. 실상 여기서 침묵하면 그가 더 묻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한때 외지인이었던 이들은 수없이 벽을 마주해봤으니, 적당히 손을 떼고 멈추는 법을 알고 있었다.

 

"사실 왜 그랬는지는 뭐라 정리하긴 어려운데..."

 

하지만, 조금 타래를 더 풀어내기를 선택한 이유는, 

다시는 오면 안된다 생각하며 도망쳤던 곳에 자의든 아니든 결국 돌아왔고,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내고 그저 들어줄 관객이  앞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대로 함께있다간 동생에게 제가 아주 나쁜 기억으로 남을거라 생각했거든요. 그게 싫었어요.

....여긴 좋은 곳이니까, 걔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저는 최대한 멀어져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