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타블룸DCP_차이브

후일담

by 배추쿵야 2025. 6. 1.

"다 울었어?"

"...안 울었어."

"그래, 그렇다치자."

 

나도 다 큰 남자가 질질 짜는 거 별로야. 제라의 말에 차이브는 마저 남아있던 눈물까지 쏙 들어간다는 표정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가진 정이 매우 깊은 것과 별개로, 해야할 말이라 생각하면 또 해버리고 마는게 이 오누이의 특징이기도 했다. 그 말인즉슨, 마음을 확인했다고 당장 애틋해지거나 말랑한 반응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고보니 제라가 저 녀석을 만나면 뭘하려 했더라? 한카리아스는 직전 날에 이건 꼭 말할 거라고 To-Do-List 를 검토하며 보여주던 파트너를 생각하며 다시 한번 조금 식은 라떼를 들이켰다. 암나이트 뺨치는 비꼬기, 그래도 계속 갖고 있던 진심 약간, 그리고.....

 

"참, 배틀검정 통과한 거 축하해. 그럼 이제 취직하는거야?"

"응...그렇게 됐어. 응원왔다며?"

"알아버렸으니까 와야지. 집중 못할까봐 엄청 살금살금 왔어."

 

배틀 잘하던데? 언제 그만큼 배웠대. 

 

아무래도 제라는 나이가 차자마자 사람 찾겠다고 뛰쳐나갔으니, 그만큼 트레이너로서 구른 시간이 있었다. 가족의 도전이니 지켜보는 것과 별개로 배틀 자체는 굉장히 흥미롭게 지켜봤고, 다른 사람들의 도전을 더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 이제 리그 소속이니까 일반인이랑 배틀 못하나?"

"응? 아무래도... 제한된다고는 하더라."

"그거 아쉽네. 그럼 캠프 끝나기 전까진 배틀 해도 되나?"

"갑자기?"

"갑자기라니?"

 

무슨 소리냐는 듯이 되묻는 말에서 싸함을 느꼈는지, 차이브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동시에 제라의 표정이 온화하게 변하고 있었다. 4년 남짓 키우고 13년 동안 떨어져 있었으나 저 갑작스런 표정에서 많은 걸 읽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제라는, 자신의 보호자와 영 성격이 딴판이었던 피보호자는 상당히 예민하고 삐딱한 성격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럼 내가 13년 전에 홀랑 어디 꽂아놓고 연락 두절한 걸 그냥 용서할 거라 생각했어?

한판 떠, 이자식아."

"그...그건 발레리씨 한테 좀 물어보고.."

"13년짜리 빚을 청산한다고 하면 아마 흔쾌하게 허락해주실걸? 너네 캠프 숙소 어디야. 인사도 드려주마."

"그, 글쎄...! 그래도 마을 한가운데서 배틀하면 좀 난감하지 않을까?"

"리크씨가 허가받고 약속만 잡으면 장소 대여는 어떻게든 알아봐주신대."

"차라리 그냥 때리면 안될까?"

"세상에~ 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가 널 왜 때려? 헬멧 쓴 아머까오한테 막치기라도 하라하지? 야, 배틀로 때려준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