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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테일_틸

[백로공주] 서브퀘스트 ▶ 진지작성 (w. 나후아타, 플로라이트)

by 배추쿵야 2025. 11. 4.

텅 빈 겨울 하늘에 두마리의 하피가 움직이며 날고 있었다. 타고나길 산 것을, 그 중에서도 인류를 사냥하는 것에 특화된 괴물들은 타겟을 보자 시끄럽게 울부짖으며 빙빙 돌기 시작했다. 머리가 셋이니 하나씩 나눠갖고 나머지 하나는 반씩 나눠가지면 되리라, 그리 생각하고 있는지 제법 움직임에 의욕이 가득해 보였다. 

책에서는 그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고 있는 몬스터라 한줄 설명이 적혀있으나 이 날개 달린 것들이 그 한줄 설명만큼 간단히 상대할 존재면 애초부터 몬스터라 불리지도 않았을터, 상황을 살피듯 느긋하게 빙빙 돌던 하피들의 신형이 순간 사라졌다. 

다만 타겟에는 날개를 가진 이가 하나, 하늘을 걷는 것이 하나, 그리고 이런 몬스터에 익숙한 베테랑이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패착이라면 패착. 자신들을 노리는 하피들을 한가롭게 보던 스프리건이 가볍게 날개를 펼치고는 소리없이 막 덤벼들려는 하피의 뒤로 돌아가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저항하려 했으나 우악스런 갈퀴같은 발이 목과 어깨를 틀어쥐고 방향을 강제하고 있으니 그저 놓아라 발악하듯 높게 짖을 뿐이었다.

"강화술식 부탁합니다. 떨어트릴게요."
- "구름이여, 내가 사랑하는 이를 가리지 말아다오."  

평소와 다름없이 나긋하게 말하는  - 물론 똑같이 날개가 달려 있어서 영 기분이 그렇다는 첨언까지- 목소리와는 대비되듯, 움켜잡은 발을 가볍게 휘두르자  날개를 가눌새도 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 "소녀는 마치 바람처럼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다른 한마리는 제 동료가 한몸바쳐 (타의적) 주의를 끈 사이 상대적으로 잡기 좋은 타겟을 노렸으나, 이내 이어지는 영창에 불어오는 돌풍이 두 하피의 날개를 쥐고 멋대로 흔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조종대를 뺏겨버려 허공에 던져진 꼴이 된 하나와, 추락하다 이내 가을의 콘체르토에 머리가 날아간 한마리. 눈 앞에서 터지는 피에 하피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직감했는지, 다시 한번 날갯짓을 하며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날개있는것의 길을 꼬아버리는 정령의 변덕스러움 앞에서도 제 나름의 길을 트려는 것이 제가 본래 타고난 옛 모습을 따라하는 것 같았다.


"틈을 노리려 했지? 그건 안돼~"

청록색의 화살같은 것이 스친다 했더니 순식간에 날개가 반쯤 베였다. 하피는 이것이 고통때문인지, 아니면 겨우 잡아 놓은 바람길이 흐트러진 것이 화가 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조금 아래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옛 동족을 향해 쇄도해왔다. 

다만 아직까지 태양신의 축복은 건재했고, 이를 갈며 나아가려는 몸이 턱 걸리는 감각과 함께 앞뒤에서 충격이 가해졌다. 

고통을 느낄새도 없었다. 
다만 추락하는 눈에 비친 것은 계절서를 든 마리드 하나뿐이었다.

공백포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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