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유혈/부상묘사가 있습니다.
여름 밤의 공기 사이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흩어졌다. 겨울의 어머니에게서 난 윈드워커가 생을 다했다는 의미였다.
피와 살의 여운을 채 음미하기도 전에 한 줌 바람이 되어 흩어져 버린 사냥감에 몬스터는 불만스레 제 입가에 묻은 것을 싹싹 핥은 뒤, 그 겨울바람과 함께 달리던 작은 윈드워커의 기척을 찾아 은밀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급한 식사로 숨을 끊어버렸으니 다음번에는 천천히 매너를 지켜 그것의 피와 살을 취하리라 마음 먹으며.
여신의 안배 아래 창조된 이 세계가 순환하는 방식이 그렇듯, 무언가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만큼 죽어가고 먹히는 것도 있기 마련이었다. 생명은 생명을 먹으며 사냥하고 사냥당하는 것이 있었다. 그 법칙은 사냥하는 주체가 오염된 몬스터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허망하게 중단된 식사를 이어가려 집요하게 추적하는 몬스터처럼 그것을 따돌리려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간간히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딛고, 추격자가 쫓아오지 못하도록 복잡하게 꼬인 숲의 안으로, 안으로. 그것이 제 흔적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드러난 뿌리를, 쭉 뻗은 나뭇가지를, 마른 땅을 밟으며 어둠속을 더듬어 도망쳤다. 다만 온전히 짐승의 감각을 가지기엔 그것은 인간이었고 어둠속을 거침없이 뚫기에는 한참 모자란 것이었다. 그러니 그 외줄타기 같은 아슬한 도주가 작은 실수 하나로 끊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무언가가 발목에 걸리는 감각과 함께 제 속력을 이기지 못한 몸이 멀리 내동댕이쳐졌다. 온몸을 강타하는 충격에 일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었으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먹힌다는 공포와 먹혀버렸다는 충격은 그 아픔마저 희미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끼와 젖은 풀이 범벅이 되어 비틀거리며 일어나 다시 도약을 하러 발을 딛자 뿌리가 망가진듯한 감각과 함께 윈드워커는 다시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제 허벅지만큼 붓기 시작한 다리를 질질 끌며 도망치려 했지만 그 불길한 포식자의 냄새와 호흡이 가까워지는 것이 먼저였다. 뒤를 돌아볼 시간에 도망가는 것이 먼저였으나 가까이 다가온 공포 앞에선 제 숨통을 죄는 것을 확인하려는 본능이 우선했다.
어둠속에서 형태 모를 것이 아가리를 쫙 벌렸다.
미처 갈무리 하지 못한 피냄새와 습한 죽음의 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리고 쇠오리는 잠에서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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