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포식자, 오염된 자, 타락한 짐승, 몬스터의 정점. 잔인한 소문으로만 떠돌던 혈룡과 얽혀버린 일주일은 참으로 고되었고 지난한 시간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휘저으며 내키는대로 집어먹고, 점찍은 타겟은 잔인하고 다소 포식에 집중했으며, 낙인찍은 것은 집요하게 쫓는 모습은 모험가들의 평가처럼 "피와 살에 취했다" 는 표현이 적절하다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저항할 힘이 없을 뿐이지 순순히 당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몰아붙인 결과 당장 범람하려는 무언가를 틀어막는데는 성공했다. 무언가를 몰아내는게 아니라 엎어지려는 물을 막아낸 기분이었고, 누구도 딱히 말을 꺼내진 않았으나 메아리치는 소문과 속보에 이 원정이 예전과 같지 않을거라 직감하고 있을테다.
피에 미쳐 날뛰던 짐승은 짐승을 사냥하고 사냥에 저항하는 이들의 활약으로 한줌 재가 되어 돌아갈 곳으로 돌아갔다. 새장 속에서 코를 찌르던 피비린내와 어둠속에서 썩어가던 것들이 뿜어내던 악취를 생각하면 제법 분에 넘치게 깔끔한 마무리였다.
그 몬스터에게도 특별한 인연이 있고, 어쩌면 그 인연이 생각보다 선명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보게 되었으나 그것이 특별한 감상이나 어떠한 시선을 바꾸는 것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다만 끔찍하게 살해당했음에도 위로하듯이 저를 사냥한 것을 감싸던 목없는 이와 자연스레 그 팔을 토닥이던 짐승의 모습에서 뿌리깊은 곳에 남아있던 또다른 기억이 떠올랐을 뿐이었다.
- 새끼 윈드워커야.
쫓기던 어린 윈드워커를 구한 댓가로 영영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옛 요정이 말했다. 숨쉬고 말할때마다 육신이 허물어지고 다시 생성되길 반복하고 있는게 꽤 불안정했으나 적어도 슬픔에 잠겨 익사할 것 같은 어린 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힘껏 감싸고 있었다. 엉성하게 두른 면직 너머로 그것이 아직은 살아있다는 고동이 들렸다.
- 난 막 살아도 내 선택에 후회는 없었어. 그건 지금도 그래.
그러니까 너도 네 뜻대로 살렴.
공포도, 죽음도, 죄책감도, 선의도 널 붙잡을 순 없어.
쇠오리는 아직 제 삶의 3분지 1도 살지 못한 윈드워커였다. 모든 삶이 그렇듯 언젠가는 그 말이 흐려지거나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고 발목잡힐 선택을 할 지도 몰랐다. 어쩌면 보호자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여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었다.
다만 확실한 건, 삶에서 눈 앞이 캄캄해지고 또다시 어두운 곳에 던져져 잠기게 되더라도 그 날 그녀가 안아주던 감각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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