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어이구, 두번 반갑다간 아주 들이박겠네. 그래, 고생했다."
본래 길드원이 이렇게 마스터에게 허물없이 구는 것은 썩 좋은 것은 아니었으나, 아무래도 간절하게 보?호자가 생각날 시기를 거치고, 잘 견뎠다 생각되는 순간 내심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마음의 무언가를 내려놓기 마련이었다. 그웬돌린은 세븐스헤븐의 몇 안되는 소드마스터이자 단델리온 길드의 헤드였지만 동시에 길드원에게 어느정도 너그럽게 굴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걸 알고 있었으니 이 어린 바람은 반가움을 한껏 표현할 수 있었다.
대화를 위해 옮겨간 테이블 위에는 원정 전에 길드원들에게 나눠주었던 쿠키가 쌓인 접시가 놓여있었다. 차? 아니면 커피, 우유도 괜찮지. 뜨거운 물과 차가운 우유를 꺼내며 건넨 선택지에 이 한달 남짓 나름대로 성장했다는 증거로 차.를 고를까-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의젓해 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인내하기엔 쇠오리는 꽤 제 호불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니 잠깐 고민끝에 '따뜻한 우유'를 주문하게 되었다.
한 달 만에 맛보는 그웬돌린의 쿠키의 단 맛과 따뜻한 우유가 넘어가자 마음에 녹마냥 쌓였던 피곤함이 조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혈룡에게 습격당하고 단체로 서로 물고 물리다가 낙인까지 찍혀서 제물이 될 뻔한 이야기는 이미 부길드마스터인 로그와 조장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보았던 사건을 충분히 보고 했을테다.
"혈룡에게 낙인까지 찍혔다며? 아주 제대로 고생했겠는걸."
"그래도 바이올렛이 도와주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이 무사히 구출되기도 했으니 버틸 수 있었어요.
...음, 그웬돌린. 그래도 상담이라고 해야하나? 얘기 들어줄래요?"
"그럼, 내가 뭣때문에 이렇게 길드원들을 불렀겠어."
단델리온 길드는 혈룡 토벌에 성공했다. 레바논을 위협하고 마신을 강림시키려는 피의 군주는 제물로 삼았던 이들의 반격과 그를 토벌하려는 마법사들의 협력으로 한줌 재가 되었고, 혈룡을 만나 습격을 당했으나 영영 함께 하던 사람들을 잃는 일은 없었다. 조금 고통스러운 시간과 불안함이 가득차 있었지만 길드원들은 그럴수록 견디며 협력했다. 그리고 나쁘지 않은 결말에 다다랐다. 어찌보면 누군가에겐 '첫 역경을 극복한 이야기'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블룸라이즈를 긴장하게 만드는 박쥐저택의 구성원들은 다시 만나기엔 유쾌하지 않은 상대였다. 세상에 어느 생명체가 목적없는 포식을 즐기며 감염으로 번성하는 존재를 달갑게 여길까? 처음 만났을때 본색을 드러내고 사방에서 피를 터트리는데도 막지 못했던 무력감, 같은 팀원을 사냥하여 갖고 놀듯이 포식하던 모습, 감염인자에 노출되어 힘들어하던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에 끌려가서 빈자리를 바라보던 감각과, 필사적으로 몰아붙였는데도 끝내 목표를 악착같이 노리며 사람들을, 자신을 채가던 모습. 캄캄한 어둠속에서 느껴지던 피비린내와 살이 썩어가던 냄새. 부패하는 것이 만들어내던 온도, 습기까지.
이 기억을 어찌보면 자잘한 긁힌 상처라 말할 수 있었다. 잘못 처치하면 썩어갈 수 있겠으나, 어느 모험가에겐 극복하고 이겨내어 자신의 고통이자 양분이 되는 무언가. 세월이 흐를 수록 어떤 상처는 감내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테고, 이렇게 입을 열어도 당장 자신에게 맺힌 무언가가 스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침묵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것은 무언가의 해소가 아니었다.
"여러가지 감정이 들지만 이건 저한테 새겨지고, 제가 감내해야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어떤 고통은 사람에게 흔적을 남기고 심하면 부숴지게 만들지만, 그 고통 또한 자신의 것이었으니.
"이왕이면 이걸 제 걸로 만들고 싶어요. 그웬돌린은 최고의 마스터죠? 그러니까 이럴때 어떻게 했는지, 큰 사건이 끝난 뒤 그웬돌린은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공백포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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