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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쉐이미 캠프 대위기!

배추쿵야 2024. 5. 4. 18:33

그 난리를 겪은 뒤에 가장 먼저 불러온 것은 도토링, 듀스였다. 다리가 무너진 사건은 만월숲의 도토링들에겐 정말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었고, 트레이너 캠프에게는 이 여행에서 가장 처음으로 마주한 악의였으니 이 잔인한 이야기를 직접 보게 하고 싶지 않았고,  동시에 이야기의 막이 내린 것도 알려줘야 했다. 

볼이 열리고, 이제는 작고 동글동글한 모습이 아니라 훌쩍 커버린 AVEN이 나왔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녀석은 듀스와 성향이 매우 닮아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를 데려간 트레이너들이 어떤 점을 존중했냐에 따라 길이 갈렸지만, 보복을 택한 친구를 보며 여러가지 감정을 느꼈는지 듀스의 눈이 아련아련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AVEN 역시 말없이 잠시 상대를 보고 있었다.

"우린 잠시 자리를 피해있어야겠다."
"그러죠."

둘의 이야기는 꽤 오래 이어진 듯 했다. AVEN이 저쪽에 서 있는 히트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듀스는 흠뻑 젖은 눈을 한 채 말없이 자신에게 안겼다. 

..아무래도 이 도토링의 마음속에 잔불터 같이 타오르는 불은 대강 꺼진 듯 싶었다.




운반하던 씨앗이 없어졌다고 곤란해 하는 푸른 하늘을 보니, 여러모로 안타까웠다. 그 3년전의 사건도 가족들에게서 독립하면서 처음 시작한 일이었다는데... 준성인쯤의 자신이었다면 기껏 첫 출근때 뭔가 실패하고 생명이 위험해지고 일터가 폭발한다?  한동안 타이밍과 운과 이 꼴이 나게 한 인간들을 저주하면서 한동안 방황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3년만에 기껏 큰 마음먹고 다시 시작한 꽃 운반도 뭔가 이것저것 터져버리는게 많으니.. 이쯤되면 마가 끼었나 싶었다. 어쩌면 야생 포켓몬의 일이지만 꽃 운반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고. 

"그냥 씨앗만 주면 돼?"
"미."

씨앗 주머니는 듀스가 머리에 얹고 총총 걸어서 건네주었다. 직접 건네줘도 받을 걸 알았지만, 어쩐지 이 씨앗이 자라서 땅이 부활하는 신호가 되면 녀석의 마음도 조금은 치유받을까- 싶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새삼스럽지만 플로레 지방은 굉장히 비옥하고 풍요로운 곳이 아닐까. 꽃의 고장이라는 이명도 그렇고, 3년전 홀랑 불에 타고 난리가 났는데도 이렇게 건재한 곳이 있다는 건, 꽃을 운반하려는 생명체가 살아있는건 그 이상의 끈질긴 생명력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푸른하늘, 3년 동안 어디 있었어?"
"미?"
"3년 전 네 첫 독립이 그렇게 끝났잖아. 나같으면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싶어서 다른 곳으로 갔을 것 같거든. 아니면 무섭거나. 첫 독립에서 담대한 녀석들이 몇이나 되겠어."

자신의 첫 직장생활은 어땠더라? 겨우 10년하고도 몇년 더 이전의 일인데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더러워도 밥 나오고 숙소 나오고 돈 나오니 참았던가. 쉐이미들이 받아온 씨앗을 골고루 털에 쏙쏙 숨기는 걸 도우면서 푸른하늘이 답을 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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