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이이잉~~~~~~~~샤카샤카샤카...샥샥....
딱히 레트로한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 이유로 (주로 인력사무소 관련) 인터넷 검색도 어느정도 능한, 나름대로 이시대의 2030 젊은이라 할 정도로 전자기기 습득 능력이 있는 편이지만 이렇게 150만 포튜버에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다 보니 약간 요즘 유행에 올라탄 '요즘 젊은이'가 된 기분이었다. 보통 이런 시간엔 라디오를 틀어놓고 뒤숭숭한 뉴스나 오늘의 팔데아 10경 교통정보(..)같은 걸 들었지만, 마침 룸메이트가 된 캣치의 추천대로 포튜브 '구독' 및 영상 보기를 택했다.
미니 청소기의 소음 너머로 파트너에게 기술을 지시하는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먼지 약간, 뭔가의 부스러기 약간, 보송보송한 분홍색 털 조금, 흙먼지 잔뜩으로 구성된 침대 위에 남은 '유실물'들을 치운 뒤, 물걸레를 챡챡 빨아서 쭉 짜는 동안 배틀이 진행되고 있었다. 물기가 깔끔하게 빠진 걸레로 바닥을 뽀득뽀득 닦으며 화면을 유심히 보고 있으니 그 사이에 '손톱갈기'로 무장한 나오하가 냥냥펀치를 날렸다.
"우와."
아까 손톱갈기를 하는 동안 한 대 맞은게 무색하게도, 나오하가 반격을 시작하자 상대방이 타격을 입는게 바로 보였다. 겨우 뺨 한 대에 좀 위기감을 느꼈는지 포켓몬이 약간 주춤하는 기색을 띄는 걸 보니 이번 배틀의 승패가 슬슬 보였다. 그리고 105호실도 첫 날 들어왔을때처럼 깔끔..하다 못해 어딘가 반질반질하게 빛나고 있었다.
점심 먹고 산책을 나갔다 온 오델로가 자박자박 걸어오다가 미끄덩, 하고 옆으로 쓰러지자 - 녀석 나름대로의 낙법으로 추정된다- 무릎으로 슬슬 밀듯이 걸어가 녀석을 안아드는 걸로 배틀도 청소도 끝났다.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며 엎어진 포켓몬과 의기양양하게 승리를 뽐내는 나오하의 화면을 마지막으로 [ 고양고양 배틀?! 고양이 포켓몬 vs 고양이 포켓몬! 시참자 배틀! ]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끝났다.
산책 나간 김에 꽃밟기 축제라도 놀러갔다 온 건지 오델로의 몸 여기저기에 꽃잎이 붙어있었다.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녀석이 그 길을 그냥 지나칠리 없었지만 어째 털어도 털어도 꽃잎이 나오는 걸 보면 청소를 다시 해야 할 지도 몰랐다. 혹시나 꽃향기라도 배었나 싶어 배에 대고 냄새도 한번 맡아보고. 물에 적신 수건으로 오델로의 몸을 박박 닦으니 싫다는 듯이 네 발을 미미하게 꼼질거렸다.
"이 시기에 여기 오는 건 처음이야."
플로레 지방. 꽃의 군락.
켈티스 타운은 그 중에서도 플로레 지방의 관문이자 그 이름을 대표하는 타운이었다. 긴 겨울을 지나고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는 시기, 눈과 얼음이 녹고 훈풍이 얼어붙은 땅 위에 숨결을 불러넣으며 녹아버린 비가 일깨운 꽃망울이 만개하는 계절. 다른 지방에서도 플로레지방의 꽃밟기 축제는 그야말로 '봄'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곳이니, 플로레 지방 내부에서는 당연히 3월의 꽃밟기 축제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래, 여기가 '봄'이었다.
"....그 녀석이 머무른다면,
이런 곳이 좋을텐데."
오델로는 누구? 라고 말하듯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얼른 놔달라는 듯이 바둥거렸다. 꼭 이런 얘기를 할 때의 동행인은 썩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으므로. 차라리 바쁜게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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