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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블룸DCP_차이브

[미궁] 야생의 이븐곰을 만났다!

by 배추쿵야 2025. 3. 17.

 

약 2.1m의 동글동글하고 몽실몽실한 보디 라인을 지닌 분홍색의 곰 포켓몬. 이븐곰.  얼핏보면 어딘가의 놀이공원 마스코트가 되어도 위화감이 없는 외모였으나, 그 거친 녀석들 많다는 알로라에서도 반경 5km부터 이븐곰의 얼굴이 찍힌 살벌한 경고문/ 경고판이 마구 세워진 걸 보면 마음 한구석이 선뜩해질 것이다. 그리고 나약한 인간의 이러한 불안함은 보통  '위험예지' 내지는 '생존본능' 이라고 부른다.

 

 

"....와...."

 

숲에 '곰 포켓몬' 이 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굳이 재수가 없어 마주치게 된다면 딱 한 녀석만을 피하길 내심 바란 적이 있었다. 다만 간절히 위험을 피하고 싶을때마다 가장 큰 위험이 눈 앞에 쿵 떨어지니, 이는 인생 날로 먹으면 재미없다는 무언가의 큰 의지인가 싶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븐곰과 키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데다 힘도 제법 센 인간 종족 성인남성에 속하지만, 그것이 곧 대자연이 내린 힘의 재앙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라는 계시는 아니었다. 이븐곰이 만세를 외치듯이 동그란 앞발을 활짝 펼친 뒤 나무에게 따뜻한 포옹을 선사해서 굵은 둥치가 한방에 꺾이는 걸 보면,  멀쩡한 척추가 아픈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 인간에게 허리는 소중한 부위다. 

 

"......"

 

어지간히 머리보다는 몸 쓰는게 익숙한 편이었지만, 적어도 야생의 이븐곰과 따뜻한 맞포옹을 시도할 정도로 머리를 쓰지 않는 인간이었다면 진작에 알로라 어딘가에서 쓸쓸히 두짝이 났을테다. 그러니 답은 도망, 아니면 잠깐 막고 도망이었다.

 

필사적으로 몸을 구겨 숨은 뒤 녀석을 살펴보니, 이 기민하고 영리하며 포악한 녀석은 눈을 부릅뜬 채 제 영역에서 알짱거리는 거슬리는 것들을 천천히 찾고 있었다. 다급하게 쫓지는 않으나, 그렇기에 어떻게든 앞발로 후려치든 껴안든 뭔가 액션을 취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녀석, 부탁해."

혹시나 셋이 잘못되어 하나라도 떨어질까 꼭 끌어안은 뒤,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으로  기어가며 이녀석(뚜벅쵸)의 이파리를 살살 간질렀다. 잎이 나풀거리며 달콤한 향기가 번지니 갑작스런 단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며 연신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오델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자, 다른 쪽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쪽이냐, 라고 말하듯이 이븐곰이 성큼성큼, 숨은 곳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순순히 유인하는대로 가는 걸로 봐선 아까의 향기가 조금이나마 날 선 성질을 누그러트린 듯 보였다. 발걸음 소리에 맞춰 천천히, 성큼성큼 걸어서 자리를 떴다. 

 

 

공백포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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