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가 무너졌다는 변수가 있었지만, 다행히 이번 한 주도 지붕 있고 벽이 있는 숙소에서 쉴 수 있었다. 노숙정도야 아주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아저씨 여기에서 주무시면 입 돌아가요' 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가장 어두운 순간은 해가 뜨기 직전이라는 어딘가의 성스럽고 희망찬 문구는, 곧 노숙을 하면 새벽에 제일 춥단 소리이기도 했다.
(먼지가 좀 심하게 꼈지만) 냉기를 막아주는 카펫 위에서 (좀 눅눅하고 얼마나 방치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스노우가 깨끗하게 만든)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해봤지만, 썩 잠이 오진 않았다. 오델로와 이녀석을 침대 위로 올려봤으나 녀석들도 땅바닥이 편한지 어느새 냉큼 내려와 꾸물거리며 옆에 붙었다.
"세레소 관장님네 포켓몬들도 엄청 단단해보였지..."
켈티스 타운에서 등산가 클럽과 배틀했던 기억이 계속 떠올랐다. 포튜브에서는 여러의미로 인상적인(?) 그들의 모래모래꿍 포즈가 연이어 검색어와 숏츠 영상으로 떴겠지만, 그때 필드 위에서 이녀석과 맞부딪치던 디그다가 계속 생각나는 걸 보면 이곳에서의 첫번째 배틀이 생각보다 인상적이었나보다. 압도적으로 짓누른 경우를 제외하면 그 흔한 디그다는 다른 트레이너들의 경계 대상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 보았던 짐리더 세레소의 포켓몬들도 흔하다면 흔한 녀석들이었지만 은근히 빈틈을 찾기 힘들었다.
팽나무둥지...사철록과 우르의 달리기 실력과 힘....싸움 방식...에써르의 특기.... 머릿속에서 보았던 정보들이 어지러이 뒤엉키고 있으려니, 품고 있던 둥그런 알이 움찔 거리는게 느껴졌다... 아니, 기분이려나. 품에 무언가 살아있는 것을 안고 자는 것은 거의 10 몇년만의 일이라, 새삼스럽지만 이 감각이 낯설었다. 단순히 더위 방지용 죽부인이나 도난 방지용으로 가방을 안고 자는 것과 달리 자신은 살아있다는 듯이 연신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 아니, 최근 이장이랑 순찰을 돌다가 누가 대량 유기한 포켓몬의 알 무더기를 발견했거든.
그래서 그대로 레인저 본부에 인계할까 하다가...이게 인연이면 형씨들에게 맡겨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해서 말이다!]
[ 더 키우기 힘들어. 한계야.
만든 놈이 책임지라고 데려왔어. ]
알보단 컸지만 품 안에 들어오던 작고 약한 것의 감각이 되살아 났다. 이 알이 깨어나면 포켓몬이 되겠지. 그리고 이 녀석과 자신은 어떤 관계가 될까. 객관적으로 생각하자면, 무어라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때도, 지금도. 자신에게 온전히 의지하거나 의지해야 하는 무언가가 있다 생각하면 막막한 기분이 되었다. 그러니 그저,
"내 이름은 차이브야."
[ 내 이름은 차이브야.]
그저, 그때처럼.
"좀 자신없지만, 네가 클 때까지 같이 있어줄게."
[ 좀 자신없지만, 네가 혼자 지낼 수 있을만큼 클 때까지 같이 있어줄게.]
말할 뿐이었다.
"잘 부탁해."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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