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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블룸DCP_차이브

[아토스의 유적 3]

by 배추쿵야 2025. 4. 7.

찌르꼬를 볼에서 꺼내자, 녀석은 움직이기 귀찮다는 듯이 냉큼 머리 위에 올라앉아 버렸다. 평소에 게으름 피우는 거야 자유지만, 이왕 동행하기로 한 이상 마냥 퍼질러 지낼 수도 없는지라 -일명 '밥값'이라는 것이다- 움직이게 하려면 어느정도 지시를 해야했다. 그것이 야생 찌르꼬와의 약속이었다. 

 

"저기 흔적 보이지?"

녀석을 달랑 들어서 벽에 난 흔적을 가리키자, 녀석은 눈을 몇번 꿈뻑거리더니 그것을 빤히 응시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그저 좀 옛날의 의미있는 흔적정도였지만 포켓몬들에겐 또 다르게 와닿는 모양이었다. 가만히 뒷덜미를 놓아주자 퍼드득 날갯짓을 하더니 빠르게 덤벼들어 날개를 날카롭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코르니 역시 그 움직임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소리 하나 없이 숨죽이고 동그랗게 커진 눈에 그 모든것을 담고 있었다.

 

찌르꼬. 진화하면 더없이 예리하나, 동시에 온몸을 던져 부서져야 하는 연약하고도 날카로운 검과 같은 포켓몬. 

내심 공부하면서 쓰기가 어렵다 생각했으나 직접 이 움직임을 보니 좀 더 잘 키워서 훌륭하게 그 힘을 빌리고 싶었다. 맞지 않는 포켓몬이라도 어떻게든, 다양하게 쓰는 것. 그것이 좋은 트레이너가 아닐까. 

 

찌르꼬는 이제 움직임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는지 이리저리 사뿐하게 날아다니며 벽에 금을 그었다. 처음 춤추새가 원했던 춤처럼 우아하기 보단 조금 거친 습격에 가까웠지만, 그것이 좋았다. 춤은 부러웠으나, 정직하도록 이 곧은 공격이 더 좋았다. 

 

공백포 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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