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이 시험하는 것은 자신이지, 동행자인 기라솔이 아니었으니 어지간한 시련과 문제는 되도록 스스로 해결할 문제였다. 다만 이 유적이 내놓았던 과제가 만만찮았던 것처럼, 눈 앞의 마지막 과제 역시 풀면 풀 수록 꼬여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될 듯 하면서도 딱 한걸음, 아니, 정확히는 두세걸음 남겨두고 여지없이 막혀버리는 것을 붙잡고 있다보니 시간이 한참 늦어버렸다. 심야에는 밤의 어둠이 소리조차 삼켜버릴때가 있는데, 그 두껍게 깔린 어둠속을 헤치고 가면서 계속 고민해야 했었다. 이대로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푸는 것이 맞을까?
고개를 들자 또다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익숙한 풍경의 마을이 보였다.
외면하고 뛰쳐나갔던 곳에 다시 돌아왔지만 또다시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싶진 않았다. 무엇보다..정말, 그 시련은 정말. 어려웠다. 힘들었다.
"....역시 도움을 받자."
사천왕이 아니라 동화작가로서의 기라솔은 워든에게서 제일 먼저 얘기를 들었었다. 베라가 이 책의 팬이라고 했던가. 이전에 가판대에서 꽤 오래..방치된 듯한 책 더미가 보였지만 딱히 동화에는 관심이 없어 무심코 지나쳤던 기억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읽는 기라솔씨의 작품일지도 몰랐다.
"괴담은 딱히 아는게 없는데...."
귀신과는 연이 없는 편이라 특별하게 획기적인 이야기는 없었다. 고스트 포켓몬들에게 얽힌 이야기야 이미 유명해서 진작에 포켓몬들도, 작가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조금 기대하는 눈으로 옹기종기 모여앉은 포켓몬들에게 일하다가 들은 이야기를 꺼냈다.
"선원들이 배를 몰다보면 누리레느나 쥬레곤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유혹한다는 설정이 있잖아? 사실 멀쩡한데서 들으면 듣기는 좋지만 그렇게 홀리는 수준은 아니거든. 그런데 왜 거기에 끌려서 배가 침몰되냐면...."
그리고 장장 몇십분, 포켓몬들은 '인간이 망망대해에서 거대한 판자떼기 위에 있으면 어떻게 미쳐가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공백포 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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