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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고고마(마그케인 > 블레이범)

by 배추쿵야 2025. 4. 16.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살던 것이 어느날 갑자기 흘러넘칠 때가 있었다. 사람에 따라 그 감정이 넘치는 양은 달랐지만 고여있던 기억과 감정이 선을 넘어 흐르는 순간의 감각은 꽤 깊고 괴로운 모양이었다.

 

... 오델로가 전해준 이야기는 동행인이 어느날 그렇게 흘려버린 기억과 감정이었다. 기본적으로 포켓몬이 굴을 만들어 틀어박히듯 제 동행인은 흔적을 깨끗이 지우면서 종종 낡은 숙소에, 허름한 여관에, 때로는 좁은 배 위의 선실에 혼자 틀어박혀 있었는데. 그때의 동행인은 무언가를 회복하려는 듯 꼼짝 않고 라디오만 틀어놓았다고 한다. 건강이며 회복력 하나만은 포켓몬의 시점에서도 '강하다' 축에 속했지만, 그날만큼은 크게 다친 것마냥 조용하게 숨 죽이고 있었다.

 

요약하자면 하나의 성장기였고, 어떤 도전의 이야기였으며, 어떤 실패담이자 후회이기도 했다. 

네가 굳이 모든 걸 기억할 필요는 없다. 는 오델로의 말이 있었고, 그 단순하지만 복잡하고도 오묘한 이야기 전부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제 보호자가 이따금 무언가가 흘러넘치는 순간이, 그걸 견디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순간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그걸 충분히 곱씹은 뒤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다행이다.

나는 튼튼하고 빨리 자라니까, 다치지 않을 수 있어. 

 

이제는 보호자의 두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고구마가 아니었다. 좀 더 성장하면 이젠 달랑 들려서 옮겨지는 것도 어렵겠지. 하지만 괜찮았다. 자신은 싸우겠다고 보호자와 다투었고, 이제는 정말 제대로 싸울 수 있으니까.

 

이전에 언뜻 보았던 열기를 찾아 가방을 뒤지자 그 깊숙한 곳에서 타오르는 무늬의 돌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불을 돌 속에 가둔 듯, 캠프파이어의 빛마냥 은은하게 온기와 빛을 발하는 불꽃의 돌은 자신을 위한 보호자의 선물이었다. 보호자는 자신을 사랑한다. 그리고 힘들어하면서도 결코 자신을 마냥 보호하거나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자신의 성장을 응원하고 있다.

 

자고로 아이는 보호자의 믿음을 느낄 때 가장 강해지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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