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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소중한 포켓몬의 산책을 부탁해

by 배추쿵야 2025. 4. 15.

메테오시티는 플로레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였고, 그만큼 기회도 많은 곳이었지만 밤이 되도록 대낮같이 밝은 건물들 사이사이 계곡처럼 파인 그림자도 아득히 깊었다. 산맥 한가운데에 살다 막연히 가장 큰 곳이니 돈벌이도 많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이곳에 발을 디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흠잡히지 않는 선에서 했던 '이런저런' 일들을 생각하며 공원쪽으로 향하자, 어깨에 앉아있던 태깅구르가 긴장했는지 몸을 굳히는 것이 느껴졌다. 

 

재의 날이 터지고, 그걸 복구하고, 작년 플로레 리그를 부활한다는 선언 이후 많은 것이 한꺼번에 바뀌었다. 그 변화의 선두에 선 이들 중 하나는 트레이너 캠프였었다. 상당수가 이쪽 출신이 아니라 했던가. 어쩌면 플로레지방이 격변한 원인으로는 유입된 이들이 자리를 얻은 것도 있을테다.

 

태깅구르의 입장에선 무서운 일을 겪고 눈을 감았다 뜨니 모든 것이 바뀌어 있는 꼴이었다. 트레이너의 일도, 이곳도. 베곤씨는 태깅구르를 계속 기다려왔고 변함없이 아끼고 낯섦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주고 있지만 외따로 떨어져 있다는 감각은 쉽게 회복될 것이 아니었다. 괜찮다 생각하다가도 불현듯 덮쳐오듯이 떠오를때마다 심장 한구석이 얼어붙는 기분은 어찌 할 수 없었다.

 

"....그거 알아? 사실 나도 여기 살았었어. 메테오시티는 아니었지만."

- .....!

"그래서 여기 뭐가 있었는지는 13년전 것만 기억하고 있어. 뭐가 있는지 같이 찾아볼까?"

 

다행히도 대격변이 있었던 곳은 안드로메다 자연공원- 즉, '어둠길' 이 있던 곳이었다. 물론 건물들의 모습은 이곳의 유행을 따라 고전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지만 마기아나 타워 근처에 있는 몇몇 가게들은 자신도 어느정도 기억하는 모습이었다. 악기전문점 '러브송' 이라든지, 그래피티 공터나 언더그라운드 스트리트, 그리고 태깅구르에게 가장 익숙한 라이브 하우스까지. 

 

라이브 하우스에서 음악을 들으며 태깅구르에게 맛있는 스낵이나 음악 추천을 - 포켓몬을 통해서- 받고 있으려니, 녀석이 한결 편해진 것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라이브하우스 뒷편의 주차장은 도전자와 제 트레이너가 부딪치는 곳이 아니었지만, 조금 조용해진 주차장의 모습을 받아들이려는 것인지 한참을 지켜보다 다시 돌아왔다.

 

 

"맞아, 우리 자연공원쪽에도 가볼래?"

- ?

"익숙한 곳은 돌아봤으니까, 새로운 곳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나중에 네 트레이너랑 놀 때 더 재밌을거야."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것은 이미 지나가버린 것이니 더욱 심장에 사무치는 법이었다. 그 감각은 물과 독이 스미듯 마음을 젖게 만들지만, 동시에 건너편의 새로운 것에 대하여 두려움과 거부감을 키울 수도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터널타운에서 보았던 설경 아래 아름다운 화원처럼, 이곳도 변하고 있을테고, 언젠간 이 풍경도 변할테다. 

 

"뭐가 있는지 갔다와서 베곤씨한테 얘기도 많이 해주자. 기념품도 하나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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