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델로가 고향에서 웬 못되먹은 인간에게 납치당할 때, 그 당시엔 꽤나 어린 개체여서 기억이 온전하진 않았다. 다만 자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을 보호하려는동족의 속성처럼 근처에 어린 가보리들을 지키던 갱도라와 보스로라들이 많던 것은 기억했다. 그래서 종종 거울이든, 아니면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때면 기분이 묘해지기도 했다. 먼 기억속에만 있던 가족인지 아님 무리인지 알 수 없는 어른들. 그저 돌아가려는 기억에 박제된 모습이 자신이 되어 있었다. 이대로 더 자라면 그 기억의 가장 핵심에 자리한 이름 모를 보스로라와 닮을 것이다.
가끔 어떤 예감은 '느낌'의 형태로 오는 법이었다. 유난히 몸이 무겁고, 그러면서도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알 수 없는 기분에 괜히 주변을 서성이게 되는 그런 밤. 오랫동안 인간의 손을 피해 고향을 찾아 떠나던 가보리는 자신의 마지막 성장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마 늦으면 내일, 아니면 오늘밤. 눈 감았다 뜨면 여기에서 더 변하겠지.
그래도 한번쯤은, 조금은 덜 자란 모습으로 만나고 싶었는데.
여기까지 올 동안 그리운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나중에 운 좋게라도 마주쳐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지? 이따금 정적속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에 의욕없이 달이나 보고 있으려니,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동행인의 얼굴이 보였다. - 오델로? 여깄었구나! 어쩐지 찾아야겠다 싶어서 돌아다니고 있었거든~ 산책이라도 갔다온거야?- 동행인은 늘 그렇듯이 웃으면서 잡다한 이야기를 잇듯이 꺼냈다.
웃기게도 돌아가지 않으려는 동행인은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나 자신은 여전히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저주받은 샘 어딘가에 동족이 살고 있다고 했던가. 몇번 산책 겸 함께 찾아갔으나 쉽게 모습을 볼 순 없었다. 보통 이렇게 조급하면 응당 동행인을 떠나 갈 길을 가겠지만....
아무래도 몸이 자랐던 순간, '독립'이 시작되었다는 걸 슬슬 인정해야 하는 듯 싶었다.
- 이봐, 동행인.
야,
야, 트레이너. 아무래도 내 영역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
공백포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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