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의 선율이 흡사 바람처럼 가느다랗게 홀을 돌고 있었다. 이틀째 오후 9시. 다시 한번 세레니티 홀에 있는 조명에 불이 들어오며 하얀 대리석으로 된 천장과 바닥, 기둥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중 홀의 한가운데 매달린 샹들리에의 빛이 별빛마냥 부서지듯 흐르고 있었다. 빛의 수면을 노닐듯이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이 제 파트너에게, 아니면 새로운 파트너를 바라보며 일제히 움직이는 그 사이에서 이쪽을 보는 마담 바실이 보였다.
몸을 조이는 정장을 입는 것은 거의 오랜만인지라 어색하게 손목을 가볍게 돌려보며 마른침을 삼키는 것도 잠시, 홀에 선 파트너를 바라보자 수없이 연습했던 동작이 생각났다. 허세라면 허세라 할 수 있는 부족한 격식을 차린 제안을 받아 준 파트너, 몇번이고 실수하며 움츠러들던 학생에게 중요한 것을 몇 번이고 다시 짚어주던 훌륭한 선생님. 이런 자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레 서 있는 바실을 향해 몇번이고 연습한 동작대로 걸어갔다.
몸에 익은 동작이 시작되자, 자연스레 선생이 늘 짓던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 동작을 외우면서 따라하게 된 웃음이었다. 사교댄스에서 중요한 것은 춤의 형식도 아름다움도 아닌, 서로 동작을 맞추는 것. 교류를 위한 것. 그러니 춤을 권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은 마치 첫인사와도 같은 것이었다. 낯선이든 익숙한 이든 얼굴을 보았을 때 인사를 하듯, 안녕하세요 마담 바실.이라 말하는 대신 외웠던 동작으로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마담 바실. 제가 마담을 에스코트 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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