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테오시티가 도전자의 퇴로를 막는 관문이었다면 메모리 체육관의 수수께끼 회랑은 그 등을 미는 관문이라 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과거의 환상. 거기다가 약간의 질 나쁜 초현실적인 무언가가 개입한 오염된 영화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과거 깊이 불탄 상흔이 곪아버린 자국이었으며 동시에 너희가 관문을 넘는다면 마주할 무수한 시간 중 이런 것이 있을 것이란 암시였다. 인력을 모으기 위한 시험치고는 조금 독하고, 발들이는 이의 멱살을 잡는 듯한 거친 관문이었지만 그 환상의 끝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말하는 것이 지금의 플로레 지방을 만들었으리라.
그것은 오랫동안 고향을 떠난 이도, 이곳을 전혀 모르던 외지인도 모르던 어떤 의지라 할 수 있었다.
"일을 벌인 것은 [극단 나비춤]. 그리고 제일 중심이 되는 범인은 극단장인 [프레스톤 단장], 맞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기본적으로 마음속에 깊게 새겨진 심상은 춥고 척박한 겨울이었고, 겨울은 아름답지만 차갑고 다소 불합리한 계절이라 여겨왔다. 그러니 벌어진 상처의 환상을 목도하는 것이 오래오래 남아 심상을 괴롭히지 않았다. 이것은 이미 끝나버려 돌이킬 수 없는 일이고 그저 마음에 남는 몇가지 상처의 형태와 진득한 망집이 있을 뿐이었다.
- 이봐, 친구. 그 형식적일 뿐인 리그는 언젠가 붕괴할 거야.
- 고작 환영의 일부로 우리의 망집을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재현되었던 과거의 일부였을까, 아니면 이곳에 눌어붙은 망집이었을까.
발목을 잡아채듯 늘어지는 말에게 무어라 답하려 했던가. 델빌이 자신을 막아서며 환영의 출구로 이끌지 않았으면 자신은 그것에게 조소嘲笑를 보냈으리라.
[당신같은 사람 조금은 알지.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화풀이만 하다가 저 혼자 부서졌더라. ]
제 망념에 못 이겨 잡히는대로 망가트리다 결국 침몰해버린 이를 알고 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왜 그렇게 대체품을 거두어 거기에 분노를 쏟을 정도로 원한이 깊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제 분노를 어쩔 줄 모르던 이는 결국 그는 원인과도 담판 짓지도 못했고, 화풀이마저 실패한 채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남은 것은 애꿏은 화풀이가 쌓여서 돌아온 업보뿐이었다.
단장의, 극단원들의 절박함과 분노가 아무리 깊고 절실하다 해도, 그것이 불타는 마을과 여기저기서 쌓여가던 죽음의 무게를 감하진 못한다. 무엇보다 많은 것을 잃고 상처입었으나 상처를 휘두르는 대신 무너진 리그를 부활시킬 것을 택한 사람들이 있어, 꽃의 군락을 불태우려던 그의 사연은 잘못된 선택과 함께 헛된 것이 되어버렸다.
플로레 지방은 다시 부활했고 그 기억은 탑에 진득히 눌어붙어 망령으로 남았다. 언젠가 그것이 새어나갈 수는 있겠으나 숱한 과거와 미래를 가정해봤자 정해진 것은 현재뿐. 그리고 현재를 바꾼 것은 그때 다시 성을 쌓으려는 사람들의 선택이었다.
"사건이 크게 터지면 해야할 일이 짐작한 것 보다 엄청 많겠구나-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사람들을 붙잡아주고, 누군가는 나쁜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누군가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지켜야 하고, 그리고 회복도 필요하고. 그래서 역시 이 길을 가야겠다 싶어요.
저는.... 움직이는 걸 잘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든 이걸 수습할 방법을 찾고 회복하는 동안 달려나가서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고, 위험을 배제하고, 무너진 걸 다시 쌓는 일을 할 수 있거든요. 여러의미로...튼튼하니까."
고민하고 괴로워 하면서도 어떻게든 잘해보려는 사람들이 좋았다. 그렇기에 그들을 상처입히려는 것을 배제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망집이 박아놓았던 심상의 겨울은 이곳이 다시 잿더미가 되어도 자신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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