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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블룸DCP_차이브

[궤적체육관]

by 배추쿵야 2025. 5. 22.

플로레지방의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도는 표현 중 '궤적을 넘다' 라는 말이 있었다.

순수하게 단어 뜻을 본다면 궤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수레바퀴의 흔적, 즉 누군가의 과거- 현재까지 이르는 것- 인지라 조금 말이 되지 않는 표현이거나, 역설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는 것이니 미래로 향하는 표현이 아니냐 해석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 궤적이 뜻하는 곳이 이곳 궤적체육관이라고 하면 놀랍게도 자연스럽고, 동시에 큰 영광의 길을 눈 앞에 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때는 이곳이 리그 앞에서 각오를 묻는 마지막 관문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궤적체육관의 주인인 관장 우바는 한때 챔피언이었고, 오랜 시간동안 이곳을 지킨 까마득한 선배 트레이너이자 가장 강한 수문장의 상징이었다. 그러니 차기 관장 후보들이 밝혀졌을때 그 후보들에 대해서 꽤 가볍게 말을 얹은 이들이 많았을테다. 

 

눈 앞에 있는 또다른 관장 후보는 활달한 분위기의 겨우 열 몇살의 소녀. 우바 관장과는 정반대라 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후계자님."

다만 그저 외관과 경력만으로 가볍게 판단하기엔 트레이너의 재능이라는 것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양하고 반짝였으며, 어엿한 성인이라면 성인이라 할 수 있는 나이까지 아무것도 몰랐던 이로선 단숨에 리그의 문지기로 자리잡은 이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터널타운 출신의 트레이너, 차이브라고 합니다.

...이곳을 지키고 다시 재건하기 위해 열심히 달렸던 사람들을 돕고, 함께 지키고  싶어서 여기에 섰습니다."

 

이 관문 앞에서 자신은 어떻게 될까. 다시 막막해지려는 마음을 다잡듯 팔찌를 한번, 그리고 기도하듯 몬스터볼을 한번, 엄지로 살짝 쓸었다. 늘 자신이 관문을 넘도록 밀어주던 포켓몬들에게 다시 한번 부탁한다 되뇌었다. 여기서 설령 쓰러져도 괜찮다.

 

여기 내 궤적을 따라온 동행자들이 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