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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블룸DCP_차이브

[스텔라체육관]

by 배추쿵야 2025. 5. 16.

'앎'이라는 것은 보통 빛에 비유되기도 한다. 무지라는 이름의 어둠을 밝히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이 '앎'. 그리고 그 빛을 손수 밝혀주며 길을 찾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라 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가르치고 가르침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누군가는 이를 거대한 무지의 어둠 속에서 간신히 빛을 든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각설하고, 이번에 필드에 서는 이는 이런 묘사로 따지자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희미한 윤곽을 더듬으며 지낸 셈이었다. 기회를 얻지 못하여 어둠을 헤매는 사람들 중 하나였고, 알지 못했기에 인식조차 할 수 없어 관심이 없었다.

 

적당히 약하고 한계가 있었다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어떻게든 알려고 했겠지만, 얄궃게도 순수하게 타고난 것이 튼튼하여 적당한 어둠이나 장애물, 위험요소쯤이야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저 그가 여태까지 버티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적당히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아니면 보다 못한 누군가가 짧게 비춰준 빛을 기억하여 하루하루를 이어나갔다.

 

누군가가 보았다면 이는 사는 것이 아니라 '연명' 하는 삶이라고 말하겠으나, 모른다는 것은 자신에게 어떤 것이 이익인지, 해악인지도 알 수 없어 더없이 평온한 상태기도 했다. 

 

 

 

"사실 여기와서 '공부'라는 걸 처음 해봤어요. 처음에는 그냥 잘 해야지.. 싶어서 시작했는데."

 

그저 이전에 신세를 크게 진 사람이 '그러라'라고 일을 주었기에 최대한 열심히 해내려 했다. 무지하여 그것이 어떤 무게를 지녔지는 잘 몰랐지만,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그의 특기였다. 설령 운 좋게 생각 없이 원하는 자리에 다다르더라도 괜찮았다. 자신은 의무가 있다면 열심히 해낼 테니까. 

 

"그게..하다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처음 눈이 뜨인 것은 처음 필드 위에 나섰을때였다. 자신이 기억하는 포켓몬들이, 그저 의미 없이 동행할 뿐인 파트너가 어떤 것에 약하고 어떤 것에 강한지 숙지하고 나섰을 때 서로 부딪치며 치열하게 겨루는 포켓몬들의 모습이 새롭다고 느껴졌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싸울 수 있을까. 마치 미끼처럼 한번, 한번 던져지는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파트너들의 특성과 특기를 공부하고, 그걸 어떻게 근사하게 쓸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배틀나이츠가 어떤 일을 했었는지, 해야 하는 지 알게 되었을 때는 생각보다 무거운 일이겠구나- 싶었지만."

 

안다는 것은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돌이킬 수 없도록 등을 밀던 관문에서, 과거 그들이 겪었던 일을 재현하는 회랑에서 무게를 알았고, 그리고 다시 과거를 반복하려는 누군가의 악의에서 마주해야 할 미래를 알 수 있었다. 평온하던 일상이 순식간에 뒤집히고 하찮은 욕심에 많은 이들의 시간과 마음이 속절없이 헤집어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결심은 서더라고요."

 

혼돈이 두렵지는 않았으나 그 속에서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한 것은 수많은 가르침과 앎이었다.

자신이 보고 겪은 것, 차근차근 쌓아온 것, 공부를 하며 수없이 복기해오던 것은 어느새 또다른 뿌리가 되어있었다.

 

"저는 제가 아무것도 없이 그냥 떠돌기만 했다 생각했는데, 이쯤와서 보니까 어느새 다른 분들이 조금씩 가르쳐주고 배웠던 것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제가 배운 걸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이를테면 별거 아닌 아이에게 참견하던 어느 이웃이라든지, 스치고 지나갈 인연에게 과시하듯이 무언가를 가르치던 사람들이라든지, 계속 고민하던 초보 트레이너에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실마리를 짚어주던 선배 트레이너들 이라든지. 

 

자신의 선생들은 여럿이었으니, 이를 돌려주려면 그들이 있을 곳을 지키는 것은 되어야 뭔가 돌려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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