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타블룸DCP_차이브

[11] (w. 초이스)

by 배추쿵야 2025. 5. 19.

아~~!!!! 

 

아마 방을 함께 쓰고 있는 초이스가 아니었다면 이런 비명이 나오지 않았을까. 다섯번째 플랜마저 막혀버리자 슬슬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리프레시할 시간이 온 듯 보였다. 아마 상태를 텍스트로 나타낼 수 있다면  '오늘의 정해진 두뇌 용량을 모두 소비했습니다' 같은 안내문이 뜨지 않았을까. 뻑뻑해진 눈을 꾹꾹 누르고 있자니 근처에서 노트를 끄적이던 초이스가 이쪽을 보았다.

 

"왜 그랭? 차이브씨? 슬슬 머리 아픈거양?"

"어..아마 1시간 정도는 쉬어야 하지 않을까. 슬슬 과열될 것 같아."

 

비명을 지를 수 없으나 대신 가방에 미리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놓아준 바츠ㅑ모 인형을 집어들어 쭉 늘리자 절규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물론 관문마다 나름대로 머리가 깨지도록 고민했고, 일단 최선을 다해 쥐어짜봤으나 아무래도 관문이 뒤에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추천인의 말로는 본래 궤적고원이 리그에 입성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고, 메샤네 관장님의 편지에서 '궤적 너머로' 라는 표현이 있는만큼 시험의 후반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압도당한다는 걸 대여섯번쯤 (시뮬레이션에서) 반복하다 보니 슬슬 마음 속의 무언가가 간당간당하게 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통과할 수 있을까..."

"이번엔 정말 돌파하기가 쉽진 않징~... 그래도 어떻게든 해내야 하지 않겠엉?"

"해내야지. 관장님한테 그런 얘기도 들었는데."

"으음~"

 

 

 

[손에 들어왔다면 움켜 쥐어라! 그리고 쟁취하는 거다!

손을 뻗지 않으면 원하는 것들은 자격이 있고 능력이 있더라도 너희들에게 잡혀주지 않아!] 

 

스텔라 체육관의 관장님이었고, 여전히 여러가지로 신비로운(?) 캡틴 관장님의 마지막 얘기가 떠올랐다. 조금 종잡을 수 없는 분이었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 적어도 왜 배틀학을 전공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베테랑 트레이너들에게 배틀에 있어서 '강자' 라고 보증되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남은 관문은 둘. 어찌보면 막연히 멀리 있던 목표가 손에 잡히기 직전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얻기 직전이 가장 가혹하듯 이번 관문도, 마지막 관문도 도전자의 발목을 잡기 위해 높아졌을 것이다. 

 

 

"초이스씨, 이따가 게임이라도 한판 하러 갈래?"

"으응~? 게임? 아~ 거기 게임존이 있다곤 들었는뎅."

"나무열매 쌓기 게임도 있나봐. 그거 왠지 찌리리공 뒤집기 같지 않아?"

"그거랑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좋앙. 이거만 조금 더 보고 가장."

 

다만, 관문 앞에서 그 높이를 보고 막막할때완 다르게 같이 달리자고 약속한 사람이 있으니 물러서는 대신 한발짝이라도 더 나아갈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겸사겸사 챌린지 전략을 짜면서 소리없는 비명을 공유할 수도 있고. 다시 엉켜버린 전략을 생각하며 인형을 한번 꾹 누르자 이번엔 긁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스타블룸DCP_차이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궤적체육관]  (0) 2025.05.22
[아르바이트] 그런데 자네...좋아하는 사람은 있나?  (0) 2025.05.21
[스텔라체육관]  (0) 2025.05.16
[진화] 램프라 > 샹델라  (0) 2025.05.14
[10]  (0) 2025.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