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100명의 트레이너가 있다면 포켓몬과 관계를 정의하는 의견이 약 100가지가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 그 중에서 상당수를 차지하는 다수설은 포켓몬과 인간이 협력관계거나 혹은 포켓몬이 함께하기로 택하는 관계라는 의견인데, 이는 아무리 낯을 가리거나 포켓몬과 친밀함을 쌓기 어려운 성격의 트레이너라도 어느정도 납득할 수 밖에 없는 태도기도 했다. 그거야, 명령이든 부탁이든 하면 들어줘야 포켓몬을 '트레이너답게' 운용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옛 사람들이 포켓몬들을 꺼린 이유가 있는 것 처럼, 자아가 있고 어지간하면 사람 하나쯤 해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 생명체들은 나름의 기준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불켜미 역시 이 얼레벌레 따라온 커다란 인간이- 일단 커서 강해보임+숨기 편함- 같이 다닐 가치가 있는지 나름 따져보는 타입의 포켓몬이라 할 수 있었다. 크게 긴 시간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며칠 지켜보면서 적당히 거리가 가까워질만한 시간이 흐른 뒤 불켜미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정신머리 없는 녀석.
아무래도 손발 휘둘러서 많은 일을 간단하게 만들어 버리고, 어지간한 위해도 견딜 수 있는 맷집이 있다면 머리가 좀 파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꽤나 신중한 성격의 불켜미..아니, 이젠 램프라가 된 녀석의 입장에서는 데리고 다니는 인간은 몸이 강하고 머리가 참 편해보이는 녀석이었다. 조기교육을 시켜서 잠깐 움직이지 못하게 다른 곳에 두질 않나, 가타부타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뿅하고 나타나질 않나. 덕분에 제 보호자 보고싶다고 울먹이는 블레이범(호칭은 고고마랬다) 을 달래는 것은 자신의 몫이었다.
여긴 꽤 머리가 편한 녀석들이 많았다. 물론 제일 편해보이는 것은 그 인간이었지만, 적어도 자신의 숱한 생각과 비교하자면 이 무리는 꽤 심플한 편이라 말할 수 있었다. 다만 그랬기에 이것저것 재보고 따지는 것은 혼자만 해도 되는 것인지라, 적어도 피곤하진 않겠다. 그리 판단하기로 했다.
그 판단은 아마 구석에 박아놓고 잊은지 오래인 어둠의 돌을 발굴하게 만들었다.
이것도 나 아니면 또 모르겠지. 램프라는 한숨을 쉰 뒤 가방 속에 굴러다니는 나머지 진화의 돌을 하나하나 꺼내서 정리해주기로 했다.
공미포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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