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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블룸DCP_차이브

[10]

by 배추쿵야 2025. 5. 13.

https://youtu.be/zaLuGbimGGw?feature=shared

 

 

 

그 애와 자신은 어떤 관계였을까.

 

통상적으로는 사람들은 그것을 [가족] 이라 말했지만, [가족]은 자신에게 세상이 너를 적대한다 알려줬고, 그 아이에게는 영원히 남을 상처를 두번이나 안겨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 아이에겐 자신은 세번째 [가족]일테다. 다만 그렇게 아파서 웅크리든 어떻게든 비틀거리면서 나아가든, 시간은 더없이 무심하게 흘러 그것을 덮어버린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따금 영영 가라앉아 있어야 할 것이 불쑥 그 위로 떠오른다는 것도. 

 

참던 것도 터트리고, 보호해야 할 아이를 안전한 무리에 심어주고, 오점이 되지 않기 위해 영영 떠났다. 그렇게 발 붙이지 않고 떠돌며 10년이 지나는 시간이 흐르니, 공평한 흐름은 진작에 상처를 덮어버린지 오래였다. 설령 어느날 갑자기 돌이킬 수 없는 모습이 되어 불쑥 나오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그러기엔 세상에는 너무 해야 할 일이 많았고, 마주해야 할 고난은 더 많았다.

 

더 힘든 곳으로, 더 위험한 곳으로 괜찮다고 하며 들어가던 것은 눈 앞에 거대한 것이 닥치면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있어서, 그리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끼리 서로 구차하게 입밖으로 내지 않아도 그러려니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적응하고 오래 머물게 되면 떠난 것도 다시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럼 왜 뒤를 돌아보는 것을 두려워했을까. 자신에게 세계가 적대적이라는 것을 알려준 보호자는 스스로의 손으로 박살냈다. 그리고 세상에는 길가에 뒹구는 많은 잡다한 것만큼 사연있고 적대적인 인간은 흔했다. 그러니 자신에게 앞으로 걸어라 등을 미는 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 ...... 여보세요. ]

"....제라?"

 

오랫동안 외면하던 답은 낯선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뒤도는 순간 마주할 것은 나쁜 기억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기억이었다는 것을.

등을 밀던 것은 두려움도 후회도 아닌 애정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그것이 빠져나가는 순간 밀려올 빈 자리의 감각에 괴로울 걸 알아서 앞만 보았다는 것을. 

 

[ .....차이브? 정말 너 맞아? 세상에..지인한테 연락처가 있다고 해서 혹시나 했는데. 

허탕이나 사기가 아니라니...]

 

기억 속의 아이는 이제 완전히 얼굴 모를 어른이 되었다. 자신이 기억하던 동생은 더 나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자라 예전같지 않을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바꾸지 못해 미처 숨기지 못한 가시가 너무 똑같아서. 모든 것을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위해 가시를 들이밀던 그 모습이 생각나서.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억지로 등을 돌린 순간 마주한 것은 수많은 '좋은 기억'이었다. 가족이 아니라 [무리] 라고 애써 서로 거리를 두면서도 기어코 의지하게 되던 순간의 감정이 떠오르다 빠져나갔다. 그도 그럴것이, 손을 놓은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하지만 잠깐이나마 밀려들었던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준비한 말 대신 묻혀있던 말이 튀어나왔다.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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