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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테일_우연

[2week] 궁금한 것이 생겼어요

배추쿵야 2022. 4. 24. 00:00

"....."


예전에 책에서 본 글이 있었어요. 어딘가에서는 황혼의 시간을 곧 낮이 쇠하고 밤이 찾아오는 경계의 시간이라고요. 황혼이라는 글자가 금빛의 혼돈이라는 뜻을 말하는 것처럼, 그 사이에서 어둠에 숨어사는 삿된 것들이 기어나온다고 했어요. 그러니 이승과 저승, 일상과 비일상적인 요소가 섞이는 혼란스러운 세계..그것이 황혼이라고요.

물론 어디까지나 오컬트 책이니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에요. 저는, 오컬트에 관심은 있었지만 심취하거나 깊게 믿지는 않아요. 하지만 황혼의 해변가를 돌아다니는 것에는, 어쩌면 그 책이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의미와 별개로 해변가를 거닐며 일렁이는 금빛 파도의 모습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으니까요. 


[ ..... ]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시간, 마치 빛을 터트리듯 황금색으로 저무는 석양이 바닷속으로 터져 그 빛의 잔상이 사금마냥 희미하게 번진 풍경속에서, 무언가가 둥그런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아, 니코르입니다. 싯푸른 피부, 함몰된 코, 닫힐 줄 모르고 벌어진 입에는 마치 톱같은 이빨이 빽뺵하게 나 있었어요. 저 이빨에 걸려들어 한번이라도 물리면 아마 치명타를 입겠지요. 새파란 피부와는 다르게 새빨간 혓바닥을 쭉 뻗어 낼름거리고 있었습니다. 연신 입맛을 다시는 것이 제법 탐욕스러워 보여요.

생선의 눈마냥 닫힐 줄 모르는 눈알은 연신 바쁘게 구르다가 어느 순간 멈추어 이쪽을 바라봤습니다. 물고기 같은 원리일까요? 새카맣게 열려있는 구멍같은 동공이 고정되는 것도 잠시, 그것이 조금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 ㅡ!!!]

"체..체셔씨?!"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시야 앞을 하얀 그림자가 막았습니다. 아, 하얀 그림자. 익숙한 그 색에 정신을 차리니,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니코르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그제서야 서고를 여행하기 전에 열심히 눌러담은 정보가 생각났습니다. 니코르는 물가에 있는 인간에게 최면을 걸어 익사시킨 뒤 잡아먹는다고 했지요.  저는, 최면에 걸릴 뻔 한걸까요. 

무어라 꾸짖듯이 연신 날카롭게 우는 체셔씨에게 미안하다 사과했어요. 체셔씨가 아니었으면 저는 그분의 계약을 어겼고, 다른 분들께도 폐를 끼칠 뻔 했네요. 최면이라는 것이 새삼스레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법을 쓰거나, 날카로운 이빨도 발톱도 쓰지 않았는데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상대를 함정에 빠트리고 있었네요. 

그제서야 저 몬스터의 위험함이 느껴져서 두려워졌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저는 다시 한번 보이지 않는 것에 묶여서 끌려가고 있었네요. 




.....그나저나, 혹시 마법중에서도, 저런 마법이 있는 걸까요?

보이지 않는 것으로 짓누르고, 속박한 뒤 끌고 가는 것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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