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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테일_우연

(w.킬라킬)

배추쿵야 2022. 4. 27. 19:55

- 필요에 의해 서로를 이용하고 있으니, 그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 이상으로 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한때 자신이 있던 세계에서도 신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대가 있었다. 다만 그것이 신비의 형태로 나타난 것은 너무나 아득히 오래되어 진위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며- 실상 그런 것 없다에 가깝지만- 권위이자 인간을 이끄는 법칙으로 나타난 것은 현실의 부당함과 스스로를 인식하는 인간의 논리에 진작에 밀려나버렸다. 

요는 그 신마저 인간의 시점에서 해석되는 세계라는 의미였다. 

이곳의 신은 누군가를 위한 신이 아니다. 


"... 어쩌면 킬라킬 씨의 말이 맞아요.
그분들은 너무나 크고, 그에 비해.. 우리는 너무나 작죠.. 아주.. 작아서.. 우선순위조차 들지 못할 거예요.."

킬라킬의 의견은 군더더기 없이 옳았다. 애초부터 자신들을 죽음에서 끌고 나온 것은 마신- 몬스터들의 신-의 내기였으며, 태양신은 자신을 배신한 신도에게 분노하여 그를 재앙으로 만들어 이 세계를 더럽힌 원인이기도 했다. 대지모신은...... 그는 피조물에 대한 어느 정도 정은 있었지만 소위 말하는 '인간 중심적'으로 그들을 사랑하진 않을 것이다. 

그건 마치 인간이 벌레나 그보다 더 작은 존재감의 무언가를 인식할때와 비슷한 것이었다. 어쩌면 이들이 실패하더라도, 그들은 그저 내기에 실패하고 세계를 다시 처음부터 쌓아 올릴 것이다. 마치 먼 고대의 유물이 놀랍도록 신이 멀어진 세계와 닮았듯이.

그의 말에 반박할 생각은 없었다. 킬라킬은 분명 나름대로 신을 존중하고 예를 갖추고 있었다. 그가 말한대로 신의 기적으로 되살아난 지금, 모든 사서들은 신에 대한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터. 세상에 둘도 없을 기적과 그에 비례하여 무겁고 부당한 의무를 동시에 지운 거대한 존재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인지 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꺼낸 결론은 더없이 합리적이고 신중한 접근이었다.


"...우리는 간절할지도 모르나, 신들이 준 기회는 어쩌면 그냥 지나가다가 동전 한 닢 던져주는 수준의 변덕일지도 모르죠. 더없이 합리적인 관점이에요."

인간은, 감정을 느끼는 피조물들은 세상을 다채롭게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어둡거나 지저분한 면도 받아들이게 되어서 늘 고통스럽고, 절대자가 보기엔 한없이 나약하며 은혜 모르는 불안정한 존재라 여겨질 것이다.


"제 입장을 말하자면....그 적선마저 간절한 이들이 있다고 할까요.."


우연 역시 끊임없이 자신을 되살린 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내기를 제시하며 기회를 준 자신의 신은 경계의 수호자이자 괴물들과 악령, 악몽, 그 밖의 모든 혼돈의 지배자였다. 그러니 그녀가 내밀어진 손은 결코 따뜻하고 안온하지 않았다. 고통과 재앙의 신이 어찌 그런것과 함께 할 수 있을까. 그저 즐거움이든, 내기의 승리를 위해서든, 꼬여버린 세계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든 카슈미르 신은 죽은 자들을 일으켰고 그들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이 내기의 장기짝이 되었다. 하지만...

"...제가 있던 세계에서는..때로는 전능한 존재가 부리는 변덕만큼의 선의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어쩌면 그래서 더 신을 부정했을거에요."

 

우연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기억이 구멍난 것처럼 이리저리 갉아먹힌 불완전한 상태에서도, 자신을 지배하던 많은 것 중에서 카슈미르와 나머지 두 신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저한테는...그분들의 존재는 저를 서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해야할까요...

온전히 저를 맡기기엔 위험하고 무심한 분들이지만, 그 분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내게 된다고..할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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