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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테일_우연

[의뢰] 란드그리드의 특훈

배추쿵야 2022. 4. 28. 16:15

네? 제가 란드그리드 선생님과의 대련이요? 

도서관에서 이따금 몰래하던 인터넷에서 어떤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한 대 맞는 순간 어딘가 부러질 것 같은 덩치의 몬스터 앞에서 작은 새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었다. 게임 시스템상 둘은 충분히 싸울 수 있었지만 현실은...괜히 체급과 강함의 등급이 나뉘는 것이 아니었다. 

하물며 상대는 이쪽 세계에서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당당히 붙은 위치, 란드그리드. 물론 사막의 서고나 물거품의 서고에 나오던 흉악한 몬스터도 스치는 순간 몸이 두 동강 날 것 같은 위협을 느꼈지만 그걸 숨쉬듯이 쉽게 제압하는 것이 선생님들이었다.

란드그리드는 서늘하면서도 엄격한 표정으로 검은 양산을 집어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길을 걷다가 양산을 접은 뒤, 다시 그걸 들고 저벅저벅 산책을 나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어떤 위협도, 기선제압도 없는 그저 편하게 서 있는 것.

하지만 그 위명을 알고 있는 이들에겐 그조차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그것만으로도 어깨가 절로 무거워졌다. 한 주동안 부지런히 서고를 돌아다니는 내내 손에 익었다 생각한 '악마의 거울' 이 처음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이대로 밤을 샐 생각이니? 물론 전략을 짜거나 상황을 살피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손짓인가? 란드그리드가 입을 여는 순간 심상찮은 기분에 뒷걸음질을 치기도 전에 덩굴이 발을 아프게 죄어왔다. 늘 함께하던 장미의 덩굴이 아니라 단순한 풀 덩굴인 것은 이것이 대련이라는 의미일터.

"....읏..!"

덩굴이 해머를 감기 시작하자, 가볍게 휘둘러 그것을 얼린 뒤 빠져나갔다. 허나 겨울이 찾아온다고 곧바로 식물이 시들리가 없듯이, 검은 덩굴은 쭉쭉 뻗어나가 이쪽으로 추적해왔다. 도망가기만 하면 계속 쫓겨다니다가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라는 무언의 메시지에, 해머를 바투쥐고 앞으로 달려갔다. 

동시에 덩굴 역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가닥, 두가닥, 아니 수개의 가닥으로 이루어진 덩굴이 쫓아오며 뒤에서 휘익,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짧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있는 힘껏 낮추자, 기다렸다는 듯이 땅을 기던것이 발목을 감기 시작했다.  마력을 불어넣으며 해머를 땅에 긁듯이 끌어버리니 그 자국마다 하얗게 서리가 내려 덩굴을 얼리자, 아주, 아주 미세하게 덩굴이 기어오는 속도가 느려졌다. 덩굴의 끝이 발목에 닿기 직전, 재빨리 발을 박차 거리를 벌리고 해머를 크게 휘둘러 타겟을 쫓아오는 것을 쳐냈다.

 

"공격이 날카롭다."

 

보통은 칭찬의 말로 쓰이는 것이지만 그리 말하는 란드그리드의 어조는 차가웠다. 

 

"네가 들고 있는 무기가 뭔지 생각해."

 

 

그의 말에 우연은 제 방에서 고이 보관된 보팔 소드를 생각했다. 소지가 간편하고 찌르기에 특화된 숏소드. 무기의 내구나 강함을 생각하면 악마의 거울이 압도적으로 강했지만, 좀더 다루기가 편한 것은 보팔 소드쪽이었다. 이것도...조금 다른 모습이었으면 자신이 더 잘 쓸 수 있을지ㄷ...

 

"꽤 여유가 있나보구나. 잡생각도 하고."

 

시야에 새카만 드레스를 입은 장미의 마녀가 들어왔다. 주변의 공기가 익숙한 파장으로 일그러지고 일렁이는 것이 보이자, 주저않고 해머를 휘둘렀다. 아니, 정확하게는 해머가 공격을 받도록 하고, 마력이 부딪치는 순간 몸을 옆으로 빼서 굴러버렸다. 

 

꽤 비싼 값을 치른 무기인만큼, 적당한 공격- 어디까지나 선생님의 기준으로- 을 받고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악마의 거울'은 흠집하나 없이 멀쩡했다. 역으로 망치를 미끼삼아 피해버린 우연쪽이 굴러버려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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