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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테일_우연

(w.카르멘)

배추쿵야 2022. 4. 25. 22:38

급하게 가져온 종이상자를 깔끔하게 잘라 만든 제단은 누군가를 추모하는 장소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초라한 것이었다. 

사실, 제대로 그 죽음을 그리면서 생각하기에는 정원의 주인과 그녀의 어린용은 이 유리성에 되살아난 사서들과 접점이 정화를 제외하면 없었다. 

 

재앙들은 그들을 인식하기엔 이미 아득하게 타락했고, 사서들은 그들을 기억하기엔 의무와 아주 짧은 이야기만을 알고 있었다. 

 


[ 힐데가르트는 신의 사랑을 저버려 천벌을 받은 소서리스였고, 그 이유가 연인을 되살리기 위함이었다. ] 


다소 갑작스럽고 무례한 부탁에도, 정원에 내려앉은 적막마냥 조용한 밤의 용은 천천히 방으로 들어가 녹룡의 비늘을 건네주었다. 마녀가 쓰러지고 받아낸 그 눈물을 담은 병과 나란히 놓으니 어두운 녹색의 조각과 밝은 녹색의 눈물이 찰랑일때마다 반짝였다.


제단 위에 두개의 병을 놓았다. 어차피 이것은 그들을 이루고 있는 파편에 불과하건만, 왜 폐를 끼치면서까지 이러는걸까. 그리 생각하며 카르멘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만족할 때까지 추모해라는 그 대답에,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두개의 병 옆에 작은 꽃이 놓였다. 

"...이전 세계에 오기전에 놀아주던 고양이가 있었어요.
제 친구였거든요."

카르멘의 손에 꽃을 쥐여줬다. 까만 장갑 너머로 보이는 가지같은 가느다란 손가락에 하얀 꽃이 피어나듯이 놓였다.   

 

녹룡의 비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였는지라 다급하게 붙잡았지만, 여전히 민망한걸 조금이라도 무마해보고자 얘기를 꺼냈다.

"엄청 사람을 좋아했어요. 지금은 제가 이쪽으로 와버렸지만..그 애는 제가 없어져도..알아서 잘 지낼거에요..근데, 걔를 잃었다 생각하면 너무 슬퍼서 견딜 수 없더라고요.."

"....너는....힐데가르트가 신경쓰였나보네..."

 

"네.. 부끄럽지만...공감을 해버려서...
헤어진다는 상상만으로도.... 힘들더라고요.."

 


문득 카르멘을 바라보았다. 

 


이따금 밤이 되면 기이하게 공간 자체가 잠이 든 듯 숨죽이는 분위기가 될 때가 있었다. 그 무거움 속에서 문득 밤하늘을 보면 별이 반짝이는게 보일때가 있었는데, 그것을 보면 꼭 하늘에서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밤을 닮아 검고, 소란스럽지도 않으며 잔잔한 밤의 용. 하지만 밤바람마냥 나직하면서도 유연했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주치는 별마냥 얘기를 나눌때마다 가만히 검은 눈을 마주하고 말을 해왔다.

"카르멘씨는...외로움을 느끼실때 어떻게 하셨어요?"

저번에도 이야기 했듯이 용의 시간은 길었고, 카르멘은 자신의 시간과 다른 흐름을 지닌 이들과 친구라고 했었다. 문득 그 이야기를 들었을때 사람들과 가족이 된 반려동물들이 생각났다. 겨우 잠깐 시간을 보냈을뿐인데도, 시간에 풍화되어버린 상대를 마주하면 어떡해야할까.

자신처럼 꼴사납게 상상만으로도 슬퍼할 것 같진 않았지만, 적어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 법이 궁금해졌다.

공백포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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