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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로그_레오꼬] (w. 포푸니)

배추쿵야 2022. 6. 19. 22:07

 

 

 

 

꼬마는 눈을 떴다. 

 


어제는 왠지 모르게 주변 분위기가 들떠있어서 덩달아 늦게까지 신나게 다른 포켓몬들과 놀았고, 오늘은 지난밤에 이상한 인간이 데려가려던 포켓몬을 찾아서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피곤했다. 그 철없는 영감, 찾는지 마는지 알 수 없게 슬렁슬렁 돌아다니는가 싶더니 자신이 피곤해서 누워버릴때도 쌩쌩하게 다른 녀석들까지 옆구리에 끼고 다녔었다. 

사실 그 영감과 만난 이후로 한번도 약하거나 지쳐보이는 모습을 본 적 없기도 했다. 그에 비해 자신은.... 거기까지 생각하니 괜히 짜증이 나서 영감을 볼 때마다 성을 내곤 했지만 그리 통한적이 없었다. 오히려 신나게 휘둘린뒤에 뒤늦게 머리를 문다거나 앞발을 날린다거나 하는 응징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오늘도 자리에서 일어나니 영감이 데리고 다니던 녀석들이 노곤노곤하게 침대위에 뻗어있었다. 캐터피, 분이벌레, 구구. 뭔가 조금 위험해 보이는 조합이라 신경쓰였지만  처음 만난 녀석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숙소밖에 나갔다. 그 영감이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면서 들어오겠지만...어쩐지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건 야생에서 짧게나마 살아온 포켓몬의 '감'이기도 했다.


어두운 밤길은 조금 무서웠지만, 쭉쭉 걸어나가다보니 파르빗과 함께 있는 영감탱이가 보였다. 뭐야, 아직까지 포켓몬을 찾고 있었구나. 낮과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내심 안심하는 것이 반, 이유모를 짜증이 반이었다.  한껏 미간을 구기면서 무어라 하려던 찰나, 맞은 편에서 무언가가 사납게 팔을 뻗는 것이 보였다.

 - !!!!

사실 자기보다 저 영감이 더 포켓몬과 잘 싸울것이다. 어지간한 녀석들은 흠집도 내지 못할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상상만 하던 일이 닥쳐오자, 저절로 앞으로 달려나가 불길을 뿜었다. 

새하얀 그림자를 지닌 포켓몬과 꼬마의 불꽃세례가 충돌하자, 녀석은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나려했다. 허나 냅다 뒷덜미가 잡혀서 당황스러운 얼굴로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잘했다, 꼬마야.
처음으로 배틀을 한 소감은 어떻냐?"

영감은 한 손에는 얄미운 눈매를 지닌 포켓몬의 뒷덜미를 잡고, 그리고 다른 한 손은 늘 그랬듯이 자신의 머리를 꾹 눌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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