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쿵야 자캐자캐 백업계

[훈련로그] 레오꼬 (1/2) 본문

칼레히_먼로

[훈련로그] 레오꼬 (1/2)

배추쿵야 2022. 6. 25. 00:03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꼬마와 포푸니는 이제 제법 친해진 상태였다. 물론 불같고 활기찬 성격의 꼬마는 때때로 저 지나치게 섬세하고 까다로운 새 친구를 이해 못 하거나,  포푸니의 까칠함을 받아주기보단 맞서고 있는지라 하루에도 몇 번씩 다퉜다. 하나 애들이 그렇듯이, 둘은 토라져 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때리고 뒹굴며 놀았다. 

무엇보다 둘을 거둔 노인이 슬쩍 놀잇거리나 훈련이랍시고 둘을 굴리려 부를때, 서로를 마주 보면서 마음 넓은 우리가 놀아주자고, 제법 잔망스러운 생각을 하는 것은 서로 통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놀이와 훈련에 제일 진심이 되는 것은 둘이었다.


너네 영감님은 뭐하는 사람이야? 

놀이를 끝내고 지쳐서 발라당 누워있으려니, 포푸니가 고개를 슬그머니 돌리면서 물었다.

꼬마는 그를 스스럼없이 영감, 영감탱이 같은 호칭으로 불렀지만 포푸니는 그런 과감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저 영감은,  생각보다 포푸니에게 꽤 무겁게 다가오는 존재였다.  영문도 모르고 납치되어 철창 속에서 떨다 틈이 생긴 순간 뛰쳐나가서 헤매던 자신을 끝까지 찾아줬고, 몇 번이고 화를 냈다가 다시 풀어도 한결같았고,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자신에게 선뜻 손 내밀어 준 인간이었다. 그러니 좀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영감?
그러게. 뭐하는 사람이지. 나도 잘 몰라. 근데 할아버지랑 아저씨를 보면 의외로 아주 이상한 사람은 아닌가봐.

꼬마는 그를 만난지 한 달하고도 3주 정도가 되었다. 그 한 달도 이 세계에 날아와 보낸 시간이었고, 실제로 미래의 시간만 따지자면 3주. 지칠 대로 지쳐 두려움도 아픔도 넘어서서 모든 감각이 끊어지기 직전에 그가 주웠고, 3주 동안은 그와 다른 포켓몬들과 함께 지냈다. 



.

.

.



노인의 파트너는 둘이 있었다. 늙은 바랜드 한 마리와, 조금 나이가 든 형사구스 한 마리.  

 

꼬마는 기억하는 어른이 한때 저를 밀어내던 무리밖에 없었지만, 적어도 그 둘이 험난한 폭풍과 파도를 거쳐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꽤 윤기가 나지만 정돈하지 않은 털결이며, 군데군데 보이는 상처며, 무엇보다 얼굴 위에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건 흉터 자국과는 다르게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동시에 보이고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공백포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