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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반짝반짝 빛나는 요정의 보물

배추쿵야 2024. 5. 11. 17:55


루루...루루루...루루루....

 


파란 꽃밭에서 산책하는 것마냥 돌아다니는 거대한 푸린은 이곳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마치 기분이 좋으면 절로 노래가 나오듯이 정체 불명의 음산한 노래를 흥얼거리는 순간 잽싸게 귀를 막고 녀석의 뒤를 쫓았다.  생각보다 민첩한 녀석인데다 저런 야생 포켓몬에게 남을 '배려' 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으니, 조금 도둑놈 같지만 은밀하게 꼬리에서 떨어지는 털을 수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쯤되면 좀 충분하려나."


이삭줍기를 하듯이 보이는 털마다 샥샥 줍고 있으니, 제법 한 손에 들어차도록 깃털이 한뭉텅이가 보였다. 겸사겸사 뒤에서 따라오는 다우징이 왕관이며 팔찌며 항아리를 주운 것도 나름 쏠쏠한 부수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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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이게 다 옷에 들어가는 거라고요?"
".. 깃털 한 개만으로는 뽑아낼 수 있는 양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흐음-"


최근 윌헬름이 밤을 새는 일이 잦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마 물거품 아리아홀에서 선언한 '챔피언의 의상' 때문이겠지. 자신의 눈에 비치는 챔피언은 누구보다도 강하며, 그리고 누구보다도 배틀, 투쟁심을 연료로 살아가는 불꽃 같은 사람이었지만 그 자리가 요구하는 것은 조금 다른 모습인 듯 싶었다. 애초부터 챔피언이 '광대짓'이라 말하지 않았는가. 

물론 어느쪽이든 둘다 해내는데서 그녀가 명실상부 플로레의 얼굴, 꽃의 여왕이자 이곳을 지키는 가장 굳건한 기둥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왕좌에 앉은 자가 무게를 지고 있다고 함부로 짐작하는 것 또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니까. 어쨌든, 이 꽃의 지방은 한차례 잿더미가 된 뒤에 부활을 앞두고 있고 위기를 거쳐 마음껏 개화했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려야 했다. 

"식사는 하셨어요?"
"규칙적으로 챙기고 있습니다."
"레오나씨랑 야시장에 갔다가 사왔거든요, 이거. 천천히 드세요."

낮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바늘과 실을 붙잡고 뭔갈 하는 것을 보면 자고로 당이라도 채울 간식이라도 주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었다. 가끔 저대로 목이 길어 슬픈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아닐까- 사유, 거북왕 목- 싶을 정도로 묵묵히 집중하는 윌헬름- 그래도 나름 챙길 건 챙기는 듯 하다- 을 볼 때마다 신경쓰여 의논한 흔적이었다.

"이건.. 딸기탕후루 입니까?"
"딸기말고 산사나무요. 졸릴 때나 피곤할 때 하나씩 드세요."

딸기를 써서 만든 디저트는 자신보다 윌헬름이 진작에 맛보고 잘 알고 있을테니 조금 변화구를 주기로 했다. 한 입 넣는 순간 차원이 다른 새콤함에 정신도 들거고, 비타민 보충도 되니 나쁘진 않을 간식일지도 모른다.


"혹시 신 맛은 싫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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