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차~"
어딘가 아프더라도 아이들은 아이들이었다. 제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데도 아직 체념을 미처 배우지 않거나, 체념을 선택하지 않은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니거나 장난을 치면서 나름대로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었다. 어쩌면 여기저기서 지켜보는 직원들과 다른 어른들이 그를 더 돕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픈 애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정말 기초적인 지식밖에 모르지만 신나게 뛰어다니는 애들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있으니, 그저 할 수 있는건 같이 놀아주다가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빠르게 어른에게 넘기는 것 뿐이었다. 조금 아슬한 수위까지 안아들고 받고 던지고 날리니 간만에 도파민이 넘쳐나는지 어딘가의 프테라같이 찢어지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간다~~!"
그 중에서 제일 쌩쌩한 녀석이 요 a라는 녀석이었는데 - 이쪽 동네 출신이라고 한다- 다른 아이들이 지치거나 질리거나 아니면 병이 도져서 쉬러간 뒤에도 계속 놀자고 줄기차게 달려들고 있었다. 이번에 티비에서 어지간히 멋진 킥을 봤는지 꽤나 있어보이는 포즈로 조금 떨어진 공 앞에서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저렇게 차면 뜬공이 될텐데. 라고 생각하며 지켜보고 있으려니, a의 몸이 크게 비틀거리더니 순식간에 앞으로 기울어졌다. 다행히 몸을 던져서 받아낸 덕에 어디 추가로 깨지거나 다쳐서 a가 외출금지 당할 일은 없었다. 엄청 흥분해서 소리치고 달려가던 것이 거짓말인 것 처럼, 받아낸 아이는 축 처져서 기대고 있었고, 코에서는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숨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a가 쉬어야 할 것 같네요."
"어머, 아까 그렇게 좋아했던데... 시간이 됐나보네요. 마침 a네 가족도 오셨는데 한번 인사하실래요?"
"예? 제가 그래도 되나요?"
"여기 출신이라 하셨잖아요? 아마 아는 분이 아니실까 싶네요."
동향사람끼리 인사하면 좋죠. 웃으면서 말하는 직원의 앞에서 짐짓 난처하다는 듯이 웃으며 그럴까요- 라고 대답했다. 괜찮다. 어차피 다들 바쁘게 지내고 있었고, 도와주던 어른들 중에서도 사정을 깊게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자신은 잘못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고향 앞에서 발이 무거워 지는 것인지.
"A씨! 안녕하세요~ 여기는 오늘 a를 돌봐주신..."
"........어??"
"에."
그리고 병실에서 '그 얼굴'을 보았을때, 이 복잡한 마음이 무엇인지 어느정도 깨달을 수 있었다.
"너 얌마!! 너!!!"
"안녕하세요A아저씨안녕히계세요"
"어디가 이놈아!!!!! 이눔자식이 왔다고 하면 인사라도 할 것이지!!!!!"
그것은...
그냥 부끄러움. 속된말로 쪽팔림. 이었다.
그냥...어릴때 모습을 아는 누군가가 있는게 너무 부끄러운 것이었다. 이건 죄책감이나 심각한 수치심이라기보단 '쪽팔림' 이라는 단어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A씨는 프로필 및 https://wintertree90.tistory.com/433 에서 등장하는 이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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