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레이셔 강의 최상류에 자리잡은 레인바인 계곡은 뭍과 물의 경계라 할 수 있었다. 본래 태생은 대지에서 약동하는 원석을 제 심장으로 삼고 있으나 일생의 대부분을 물 속에서 보내는 고래 스프리건의 존재와, 계곡의 호수에 잠겨 아래로 가다보면 거대한 수중 도시를 마주할 수 있었다.
뭍의 광장에는 거주민인 고래 스프리건들과 아틀란티스에서 건너오거나 바다가 아닌 다른 곳에 사는 네레이드들, 이곳을 봉쇄하기 위해 온 네레이드 병사들이 섞여있었다.
바다 버린 자들이 유적을 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죄인을 색출하기 위해, 범람한 오염에 시달리고 있어서, 각자의 사정으로 얼굴에 조금 지친 기색이 보였으나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은 현자가 등장했다는 소식에 간신히 시름을 내려놓고 짧게 나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광장에는 단델리온 길드의 마크가 그려진 노점이 펼쳐져 있었다. 돈 들어오는 구석을 기가막히게 아는 작은 금붕어 상인은 주민들의 호의를 기회삼아 길드 내에서 유통하는 뭍의 음식을 팔거나 악기를 다루는 길드원들에게 간단한 공연을 선보이게 하여 광장의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었다. 축제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느슨해진 마음 사이로 바람처럼 스며드는 노래와 음악, 그리고 바다의 음식과는 전혀 다른 몇몇 뭍의 음식의 자극에 사람들은 광장에 머무르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파랑새 전령과 묘비의 이어지는 유쾌하고 흥겨운 노래에 이어 차원이방인 소년이 우아한 선율로 광장에 흩뿌려지는 금빛 햇살을 닮은 연주를 마치자, 한결 흥이 오른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흥과 음악, 음식과 술이 있는 곳에는 으레 길드원이 아니더라도 숨어있던 제 노래와 음율을 드러내고 싶은 이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잠깐 비어 있는 자리에 몇몇 고래 스프리건과 네레이드 악사들이 가볍게 현을 뜯고 악기를 연주하자 계곡에 음이 메아리쳤다. 다만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그 선율이 뭍의 것, 그것도 바람의 것을 닮았다는 것이었다.
계곡을 떠도는 형체없는 바람과 같이 가벼운 울림이 채워지자 그 사이로 파고 들 듯 작은 바람이 무대 위에 사뿐히 서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발음으로 한 구절 한 구절씩 흥얼거릴때마다 에메랄드 색 물고기를 닮은 무언가가 마치 물 속을 유영하듯 바람의 주변을 떠돌며 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혼자 몸을 좌우로 까딱이며 흥얼거리듯이 시작하던 노래는 서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흔들흔들 움직이던 몸짓은 악사의 연주와 리듬에 맞춰 비틀거리는 걸음이 되었고, 이내 한들거리는 춤이 되었다. 땅을 밟지 않고 가벼이 무대 위를 떠돌며 춤추던 바람이 어느 구절을 읊자 사방을 떠돌던 물고기들이 제각기 가사를 부르고 화음을 내며 하나의 합창이 되어 계곡에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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