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리건의 심장이자 근간이 보석으로 되어있다는 것은 배워서 알고 있었다. 예전에 쉬는 시간에도 우연히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몇몇 길드원들이 자신의 근원이 무엇인지 얘기하는 것은 들었으나, 무엇이든 그걸 직접 눈으로 마주하고 느끼는 것은 또 감상이 다른 법이었다.
사제의 품 속에 안긴 것은 마치 깊은 바닷속을 연상케하는 짙푸른 사파이어였다. 그저 평범한 보석으로 만났다면 생각보다 알이 굵고 색이 예쁜 상등품의 사파이어라 여기겠으나 소리에 민감한 바람은 그것이 태동하는 소리를 들었다. 위에서부터 부서져 내리는 햇빛이 보석을 비추자, 깊은 청색의 보석은 그 빛의 조각들을 잡아 무지개색으로 쪼개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심장이 얕게 뛰는 소리가 들려 흡사 빛이 부서지는 소리와 같이 느껴졌다.
아그웨는 그 보석이 혹시나 깨어질까 닳을까 조심스럽게 감싸듯 안고 있었다. 누군가를 안아주고 안기는 온기를 어린바람이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의식이 없는 연약한 것을 소중하게 보듬는 걸 보는 건 또 낯선지라, 그 모습을 보니 조금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아니, 이건 간질거리는 감각이던가? 아주 기쁘고 뿌듯하고 충만한 기분과도 같으면서도 또 달랐다.
그녀가 부르던 자장가는 많이 서투르고 다듬어지지 않은 음색이었으나, 익숙한 노래였다.
아그웨가 아이에게 불러주던 폭신한 감각의 노래보다는 덜 조심스럽고, 애틋함이 매우 적었지만 충분히 다정한 목소리가 새겨준 것이었다. 갑작스레 닥쳐온 겨울과 상실, 그리고 앎을 부정하고 싶을정도로 충격적인 격변에 잠 못 이루는 밤이면 그 목소리가, 두번째 보호자가 등을 토닥이며 모든 것이 괜찮을거라 말해주듯 불러주었던 것이다.
"이 노래를 아시나요?"
"응, 아는 사람이 무서울 때 불러준 노래였어요."
기억속의 음색과 가사를 꺼내어 나직히 불렀다. 뭍과 물의 경계에 자리한 어머니, 영영 바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옛 인어, 그리고 폭우와 폭풍속에서 태어난 엘프가 부르는 노래는 같으면서도 다 달랐지만 근간에 담은 기원과 기억은 같았다.
부디 이곳에 갇혀 천천히 자라는 아이가 두려움에서 깨어나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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