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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테일_틸

[각성] 뇌운

by 배추쿵야 2025. 12. 4.

여름바람의 요람은 서머데일의 뇌운의 주, 비와 바람이 거대한 저기압에 섞여 움직이던 순간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사납고 거친 바람이 일으키는 재해라고도 하지만 때론 어떤 뇌운은 견고한 벽과 같이 무겁고 단단할 때도 있었다.  아주 거대한 태풍이라도 까마득한 곳에서 내려다 본다면 그것은 바람과 구름, 비, 번개와 천둥으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두꺼운 벽에 가까운 것일테다. 그리고 용의 씨앗이 번개와 금속의 속성을 먹고 자라 온전히 우화한 모습이 날카롭게 베어내는 바람과 귀가 찢어질 고음이 아니라 묵직한 갑옷과 낮은 울음소리를 지니게 되는 것도 그 모습을 본뜬 것일지도 몰랐다.

 

밤의 장막이 깨지고 다시 한번 각성한 용의 씨앗은 폭풍의 요람에서 태어난 여름바람을 닮아버렸다. 그것은 자신을 키운 바람이 동경하던 모습이었으니, 그대로 우화를 멈추어 근사한 날개를 달아 천둥처럼 하늘을 찢는 소리로 울부짖으면서 한 줄기의 폭풍으로 살 수 있었다. 자신을 지킬 힘이 생겼으니 설령 혼자가 되더라도 자유롭게 서머데일의 뇌운 속을 노닐 수도 있을테다. 

 

폭풍의 용은 제 머리 위에 보석과 꽃으로 장식된 관을 썼다. 여신의 축복을 받은 이 우화의 관은 자신을 또다른 모습으로 만들테고, 그것은 견고하지만 민첩하고 자유로우며 난폭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땅을 덮치는 두꺼운 뇌운에 가까운 모습일테다. 

 

- 폭풍 속을 날고 싶어.

 

용의 씨앗이 단순히 정령이 아니라 씨앗이라 불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씨앗을 키우는 정원사의, 보호자의 손길에 따라 다르게 피어날 수 있기 때문일테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어떻게 다양한 모습으로 피어날 수 있을까. 그것은 정원사의 아주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느낄 수 있기 때문일테다. 속성, 습관, 생각, 취향, 기대......

 

그리고 아주 깊은 곳의 본질을 느끼고 그것에 응답할 수 있으므로. 

 

 

울새는 여름바람의, 뇌운의 주에서 태어난 작은 폭풍을 안아주고 싶었다. 

마치 태풍의 눈과 뇌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