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린 자의 나무에서 은 화살을 받자마자 신관에게 건네버린 것은, 예전에 하나뿐인 보호자를 잃었을때의 상실감을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웜텟이 지나가듯 얘기하던 소원이 생각나기도 했다. 아끼는 가족과 멀리멀리 여행을 떠나, 적당히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하면서 여행을 떠나 시올이 넓은 세계를 보게 하고 싶다던 소원 말이다.
본래 윈드워커들의 기질이 방랑과 고독이었지만, 그것이 마냥 단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슬프거나 안타까운 숙명이라 할 순 없었다. 그저 그것들을 심장에 품고 있으면 때로는 조금 쓸쓸하고, 때로는 거대한 세계 속에서 동떨어진 기분을 느끼게도 하지만, 동시에 너른 하늘로 뛰어들어 그 속을 노닐때의 자유로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태풍의 눈은 제 가족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자유롭게 다니길 원했다.
"저도 단델리온의 일원으로 받아주세요."
한바탕 상실을 겪어 간신히 슬픔에 익사하지 않도록 버티던 밀랍손의 소년은 생각이상으로 강한 존재였다. 범람의 비가 휩쓸어 황폐해진 마음은 꽤 긴 휴식과 위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생각했으나, 자신의 세계가 무너진 뒤 세계가 진짜로 멸망을 앞두고 있는 것을 본 이후로는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꽤 깊은 고민을 했던 것 같았다.
얄궃은 운명으로 범람의 비는 다시 한번 다른 이들의 마음을 쓸어버렸고 그 차가운 겨울 속에서 동료가 잠시라도 시간이 끊어져버린 순간을 목도한 여름 바람에게, 시올은 곧은 눈빛으로 은 화살을 품은 채 결심을 꺼내었다.
"시올, 사실 생각을 꺼내면 미잔느님이나 여신님께 혼날까봐 얘긴 안하고 있었지만....
넌 단델리온 길드의 동료야. 네가 원한다면."
달의 여신의 종이자, 황금탑의 마법사가 고른 제자, 그리고 네메시스 기사단의 협력자. 원정이 아니었으면 어쩌면 엮이지도 못할 관계였지만 인연이라는게 무자르듯 단호하게 자르기 힘든 것처럼 어떤 인연은 함께 하면서 연결되기 마련이었다. 그가 맺은 숱한 인연 중 무엇이 되어 어디에 소속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시올의 선택이었다.
이미 연결된 자들은 그를 받아들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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